아다다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녀에게 도움보다는 괴로움만 주고 살았으니 말이다. 집에만 있으란 말에 아다다 생각은 다르다. 자기는 어디든지 간에 움직이고 싶었다. 움직여야 사는 맛이 나기 때문이다.
움직이기는 움직이는데 그냥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남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면서 움직인다. 그러나 그녀는 돈으로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돈에 관해서는 경멸하는 유형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돈에 큰 실망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돈은 재앙이기 때문이다.
그 좋던 첫 남편도 돈이 생기니 계집질에 미쳐서 나를 내쳤고, 그것이 두려워서 돈 없는 가난한 두 번째 남편과 결혼했는데, 그놈도 돈이 생겼으니 내가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돈은 사람을 비굴하게 만들고 양심을 속이고 의리를 저버리고 은혜를 배반하니, 그래서 돈은 불행의 씨앗이 되기도 하였으니, 그래서 돈 되는 일은 싫다.
대신에 돈과 관련 없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좋다. 특히 남의 집 장독대 청소는 죽어라 하고 싶고, 딸이 즐거워하는 일이라면 또 기를 쓰고 하고 싶었다. 그런데 집만 지키고 있으라니 어쩌랴.
“아~다 다다. 아~아다다.”
아다다는 말한다. -나는 걱정하지 마라. 너나 잘 다녀오너라.- 그래도 미심쩍은 어버버는 다시 한번 아다다를 향하여 온갖 인상을 다 쓰고는 사립문을 나선다.
오늘도 그녀는 신주처럼 모시고 다니는 노란 손가방을 꼭 끼고 회사에 출근한다. 그 손가방 밑창 밑에는 언제나 은행 통장이 숨겨져 있다.
회사 다니면서 첫 월급을 받고부터 은행에서 적금통장을 만들었다. 돈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돈을 모아야 잘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 통장을 어디다 숨길까 고민하다가 손가방 밑창을 발견하고는 무척이나 흐뭇해했었다. 딸은 돈이 최고로 생각하는데 엄마는 돈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언젠가 아다다는 딸 몰래 그 가방을 뒤져 보지만 통장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아다다가 통장을 뒤진 그날 그녀는 아다다에게 말했다.
‘우리라고 꼭 전깃불도 없는 이런 곳에서 살아야만 하느냐, 돈 모아 저 아랫동네에서 살자. 돈, 십만 원이면 단칸방 하나 얻을 수 있다. 엄마, 우리 그렇게 하자. 응?’
처음에 아다다는 고개를 저었다. ‘돈 모으지 마라. 우리 둘이 이렇게 평생을 살면 어떠냐.’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아다다도 살아오면서 좀은 변하게 되었다. 역시 피붙이의 설득 때문이었다.
이 세상 사람 아무도 믿지 못해도 딸만은 믿어야 하고 또 따라야만 했다. 그 이후 아다다는 그 노란 손가방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게 되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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