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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1)

단편소설

by 웅석봉1 2024. 2. 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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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痕迹)

 

*이 소설은 계용묵(1904-1961)의 단편소설 <백치 아다다>의 후속편이라 할만합니다. 그러니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백치 아다다>도 같이 읽으시면 좋을 것입니다.* 나는 <백치 아다다>의 마지막 장면이 너무 억울하여 후편을 지었다. 참고로 <백치 아다다>의 마지막 장면을 소개하면,

 

-수롱이는, 무슨 말인지를 하려고 하나, 너무도 기가 차서 말이 되지를 않는 듯 입만 너불거리다가 아다다가 움쩍하는 것을 보더니 아직도 살았느냐는 듯이 번개같이 쫓아내려가 다시 한번 발길로 제겼다.

 

!” 하는 소리와 같이 아다다는 가꿉선 언덕으로 떨어져 덜덜덜 굴러서 물속에 잠긴다. 한참 만에 보니 아다다는 복판도 한복판으로 밀려가서 솟구어 오르며 두 팔을 물 밖으로 허위적거린다.

 

그러나, 그 깊은 파도 속을 어떻게 헤어나랴! 아다다는 그저 물 위를 둘레둘레 굴며 요동을 칠 뿐, 그러나 그것도 한순간이었다. 어느덧 그 자체는 물속에 사라지고 만다.

 

주먹을 부르쥔 채 우상같이 서서, 굽실거리는 물결만 그저 뚫어져라 쏘아보고 섰는 수롱이는 그 물속에 영원히 잠들려는 아다다를 못 잊어함인가? 그렇지 않으면 홀러 버린 그 돈이 차마 아까와서인가?

 

짝을 찾아 도는 갈매기 떼들은 눈물겨운 처참한 인생 비극이 여기에 일어난 줄도 모르고, ‘끼약끼약하며 흥겨운 춤에 훨훨 날아다니는 깃()치는 소리와 같이 해안의 풍경만 도웁고 있다.- <백치 아다다>의 마지막 장면.

 

1.

 

그 섬은 파도에 출렁거린다. 그 파도는 바람에 흔들거린다. 그 바람은 하늘에서 불어온다. 수롱이 아다다를 바다로 집어 던진 그날 아다다는 죽지 않았다.

 

지전(紙錢)을 뿌리고 물살에 하염없이 남쪽으로 떠밀려 온 아다다는 운명적으로 어느 어부의 그물에 걸렸다. 그물은 홀아비 해동의 영혼이었고 용궁의 울타리였다.

 

아다다가 그물에 걸린 그 시각 용왕님이 스스로 몸을 날려 아다다의 시신을 구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용왕님의 배려로 다시 살아난 그녀는 해동의 아내가 되었다. 그때가 아득한 1935년의 봄날이었다.

 

세월이 많이도 흘렀다. 1960년대 후반, 이맘때면 경기도 광주산맥 깊숙한 화전촌에도 새봄이 왔다. 아침 설거지를 마친 어버버는 마실 갈 채비를 하는 아다다를 보고 눈을 흘긴다. 어버버는 아다다의 외동딸이다.

 

~버 어머 어니, 오 오 ~오 느 ㄹㅇㄴ 지베마 ㄴ이ㅆ서오……,"

 

어버버는 아다다의 손을 잡고 당부한다. 엄마 오늘은 어디 가지 말고 집에만 있어요. 하기야 요 며칠 아다다가 뜯어 온 산나물을 무쳐 먹으면서 얼마나 맛있어했던가. 봄이면 감탄하는 그 맛이다.

 

그러나 어버버는 그 맛도 그 맛이지만, 그보다도 아다다가 돌아다니면서 사고(?) 칠까, 그것이 더 걱정이다. 천착증(穿鑿症)인가? 아닐 것이다. 1).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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