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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32)

단편소설

by 웅석봉1 2023. 4. 1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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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자주 만났던 도시다. 혹시나 해서 그곳으로 차를 몰았다. 점심때가 되어서 J시에 도착했다. 그 도시는 나와는 아주 특별하다. 잊을 수 없는 도시요,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도시다. 내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닌 곳이니 추억이 얼마나 많을까. 특히 그 시기는 사춘기이니 오죽했으랴. 거기다가 6년을 할머님과 살았던 곳이요, 첫사랑을 만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곳은 나의 또 다른 고향이다.

 

시내를 가로질러 S자 모양의 흐르는 강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나는 고속도로 출구를 빠져나와 강변도로를 탔다. 한참을 북쪽으로 가다가 시내 중심부를 통과하여 변두리로 나서면 조그만 야산이 있다. 야산 밑 양지바른 곳에 내가 다니던 학교가 있다.

 

그리고 학교 담장을 타고 뒤쪽으로 한참 올라가면 내가 살든 산동네 주택가가 나온다. 나는 학교 정문에 차를 세웠다. 왼쪽 문이 중학교요 오른쪽이 고등학교다. 학교 졸업 후 처음이다. 중 고등학교 모두 남녀 공학이었다. 학교는 변함이 없다. 변한 것이라고는 중학교에 체육관 같은 건물이 하나 더 새로 서 있을 뿐이다.

 

교문을 들어서서 긴 호흡을 하였다. 친구들과 몇몇 선생님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교문을 나섰다. 나는 천천히 걸어서 할머님과 같이 살던 그 집을 찾아 올라갔다. 집을 향해 한참을 걸었으나 집을 찾을 수가 없다. 물론 내가 살던 방도 없었다. 대신 산비탈 쪽으로 산뜻한 다가구 주택들이 즐비하다.

 

~ 한숨 소리가 나왔다. 숨도 차지만 내가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한 번쯤 왔어야 했는데 그리하여 옛날에 할머님과 내가 웃고 울던 그 방에 누워서 낮잠이라도 질펀하게 한번 자야 하는 건데 참으로 애석하다. 언제까지나 나를 기다려 주리라고 생각했던 그 볼품없는 방이었는데……,

 

나를 버리다니 내가 무심한 게 아니라 네가 무심하다. 나는 사라진 방 찾기를 포기하고 뒷동산으로 기어 올라갔다. ~ 이번에는 감탄사가 나왔다. 동산 위의 큰 느티나무는 아직도 그대로다. 고맙다. 느티나무야. 나무 아래서 잠바 깃을 올리고 담배 하나를 물었다. 그때 그녀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녀와 처음 만난 그곳이다.

 

운명의 그날은 늦은 벚꽃이 흐느적거리는 따뜻한 봄이었다. 나는 오전에 엄마한테 갔다가 마음이 답답하여 이곳으로 바람이나 쐴까 하고 올라왔다. 그곳에는 이미 어떤 여자아이가 나무에 기대서서 책을 읽고 있었다. 시집이었나 보다. 시내 여중생 교복을 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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