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성철 스님도 열반하시면서 말씀하셨듯이, 어찌하여 삶과 죽음이 같단 말인가요? 어찌하여 물이 산이고 산이 물이란 말인가요. 알 수 없는 말로 나를 현혹되게 하지 마시고 이제, 그만 돌아오세요.
엄마는 이제 죄인이 아니에요. 지은 죄의 값도 충분히 마쳤고요. 특별 사면이 된 거예요. 대한민국은 민주국가요 법치국가 아닙니까. 성인이 다스리는 나라도 성인들이 사는 나라도 아니라고요. 그리고 엄마도 성인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면 된 것이지 또 무엇이 필요한가요.
어렵게 생각할 것이 하나도 없어요. 제발 돌아오셔서 우리 아이들 좀 돌봐 주세요. 그러면 엄마 며느리가 일터로 나갈 수가 있어요. 그래야 제가 좀 허리가 펴이겠어요. 뭔 말인지 아시겠지요?
세상에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했어요. 그것이 세상 사는 이치이고 또한, 만고의 진리임을 저는 믿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그 어떤 경우가 닥쳐도 헤쳐 나갈 수 있다고요. 제가 살아온 길을 보시면 모르겠어요? 그동안 저는 공부도 잘했고 군대도 잘 갔다 왔어요. 직장도 좋은 곳이고 장래도 촉망받고 있어. 먹고 살기에도 큰 걱정이 없어요.
아이도 둘이나 있으니 후사도 걱정 없다고요. 엄마. 오늘 시시콜콜한 얘기 많이 했네. 더 이상 말하지 않을게요. 그럼 잘 주무시고 빨리 돌아오세요. 안녕!
2023. 1. 24
서울에서 아들 천이와 그 가족이 올립니다.
다음날 이 편지를 불교신문에 보냈다. 엄마의 사연과 금일봉의 시주 무통장 입금표도 동봉했다. 아마도 엄마는 어느 조용한 암자에서 불공을 드리고 계신 듯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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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은지도 한 달이 지나고 2월의 첫 주말이다. 날씨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봄이 오고 있다. 토요일 오후에 이모님과 고모님 그리고 고향의 영식이 형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엄마의 소식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 엄마 찾기가 주말의 내 주요 행사가 되었다. 오늘은 J시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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