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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흠의 <귀가 서럽다>

시평

by 웅석봉1 2022. 12. 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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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흠의 시 감상 <귀가 서럽다>

 

<귀가 서럽다>

 

강물은 이미 지나온 곳으로 가지 않나니

또 한 해가 갈 것 같은 시월쯤이면

문득 나는 눈시울이 붉어지네

사랑했던가 아팠던가

목숨을 걸고 고백했던 시절도 지나고

지금은 다만

세상으로 내가 아픈 시절

저녁이 빨리 오고

슬픔을 아는 자는 황혼을 보네

울혈 든 데 많은 하늘에서

가는 실 같은 바람이 불어오느니

국화꽃 그림자가 창에 어리고

향기는 번져 노을이 스네

꽃 같은 잎 같은 뿌리 같은

인연들을 생각하거니

 

귀가 서럽네

 

<귀가 서럽다> 전문.

 

 

(후기)

 

이 시는 이대흠의 시집<<귀가 서럽다>>에 실린 주제시다. 그의 시집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계리 발자국 화석>이란 시 등 많은 시들이 있다. 그중에서 <귀가 서럽다>를 소리 내어 읽어보자.

 

시인은 말한다. 귀가 서럽다고, 얼굴에는 입도 있고 코도 있고 눈도 있는데 하필이면 왜 귀가 서럽다고 했을까? 우선 그것이 궁금하다. 입이나 코가 서럽다고 하면 말이 안 될지도 모르겠다만, 눈이 서럽다고 하면 말이 될 것 같은데.

 

말이야 되겠다만 눈과 귀는 다르긴 하다. 눈은 시각이고 귀는 청각이니 다르겠다. 시각보다는 청각이 더 예민하기 때문일까? 잘 모르겠고 시인이 왜 귀가 서러운지 살펴보자.

 

귀가 언제 서럽고 무엇 때문에 서럽고 왜 서러울까? 그보다 먼저 서럽다는 게 무엇일까? 우울해서 서럽고 힘들어서 서럽고 안 알아주니 서럽고 섭섭해서 서럽더라?

 

강물이 흐르니 서럽고 한 해가 갈 것 같은 시월이 되니 서럽고 눈시울이 붉어지니 서럽고 사랑이 아프니 서럽고 저녁이 빨리 와도 서럽고 슬픔도 서럽고 황혼도 서럽고 바람 불어도 서럽고 국화꽃을 보아도 서럽고 향기에도 서럽고 노을에도 서럽고 꽃에도 서럽고 잎에도 서럽고 뿌리에도 서럽고 인연에도 서럽고

 

그러니 눈도 서럽고 귀도 서럽더라. 그러니 서러운 것은 눈과 귀가 따로 없더라.

 

결국은 세월이 흐르는 것이 서럽다는 말이다. 이제 시인의 나이는 50대 중반(1968년생)이니 아직 서러울 나이가 아닌데 자꾸만 서럽다고 하니 나이 들어 진짜 서러울 때는 어떤 감정일까? 그것이 궁금하니 나도 서럽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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