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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다시 돌아오면>

시평

by 웅석봉1 2025. 7. 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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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다시 돌아오면>

 

그가 다시 돌아오면

계엄의 밤이 도래하겠지.

번득이는 총구가 우리를 겨누고

의인들과 시위대가 수거되겠지

광장과 거리엔 피의 강이 흐르고

사라진 가족과 친구를 찾는

언 비명이 하늘을 뒤덮겠지.

 

그가 다시 돌아오면

살림은 얼어붙고 경제는 파탄 나겠지.

우린 갈수록 후진국으로 추락하겠지.

오가는 사람도 드문 스산한 밤거리엔

총소리 군홧발 소리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계엄군이 내 가방을 뒤지고 신상을 털겠지.

 

그가 다시 돌아오면

남북이 충돌하고 전쟁이 돌아오겠지.

자위대가 상륙하고 미군이 연합하고

긴 내전과 숙청의 날들이 이어지겠지.

숨어있던 친일파들이 나라를 팔아먹고

광복 80년 만에 이 땅은 다시 빛을 잃겠지.

 

그가 다시 돌아오면

모든 방송과 언론과 유튜브에선

검열된 이슈와 재미와 조작으로

눈과 귀를 가리며 관심을 돌리겠지.

김건희의 국빈 행사와 일상을 띄워대며

패션과 미담의 화젯거리로 도배되겠지

 

그가 다시 돌아오면

자유도 민주도 선거도 의회도 삭제되겠지

빛을 들고 나선 이들이 샅샅이 색출되고

단 몇 줄 올린 글로 검은 제복이 찾아오겠지.

너 좌빨이지, 불순분자지, 완장을 찬 극우 대의

광기 어린 폭력에 숨도 못 쉬겠지.

 

아아 그가 다시 돌아오면

저들이 살아서 돌아오면,

 

버젓이 권좌에 도사린 채

내란을 지속하고 내전을 불 지르는 자들

 

지금, 빛으로 끌어내 처단하지 않는다면

지금, 뿌리째 뽑아내 청산하지 않는다면.

 

박노해 시인의 <그가 다시 돌아오면> 전문.

 

*추기

 

그가 다시 살아서 돌아온다면

 

~! 평화(平和)로운 일상(日常)은 산산이 부서지고

내란(內亂) () 불면증(不眠症)의 나날이 지속되겠지.

 

~~! 그가 다시 돌아오면 이 나라 법치(法治)는 거덜 나겠지.

그런 날은 오지 말아야 하겠지. 그래야 이 나라가 바로 서겠지.

 

<작가 소개>

 

박노해(朴勞解, 본명, 박기평, 1957~현재, 전남 함평군 함평읍 기각리) 작가는 선린상업고등학교(善隣商業高等學校)를 졸업하고, 198427살에 쓴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은 금서(禁書)였음에도 100만 부가 발간되었고, 이때부터 그를 얼굴 없는 시인으로 불렸다.

 

박노해는 본명을 두고 박노해라는 필명을 사용한 이유는 박해받는 노동자의 해방이라는 뜻이다. 1989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南韓社會主義勞動者同盟)’(사노맹)을 결성했다가 1991년 국가안전기획부(지금의 국가정보원)에 체포 24일간의 고문 끝에 반국가단체 수괴죄목으로 1991년 사형(死刑)을 구형(求刑)받고 환히 웃던 모습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무기수(無期囚)로 감옥 독방에 갇혀서도 독서(讀書)와 창작(創作)을 이어갔다. 1998년 특별사면(特別赦免)으로 76개월 만에 석방된 후 민주화운동(民主化運動) 유공자로 복권(復權)되었으나 국가보상금(國家補償金)을 거부했다.

 

그 후 20년간 국경(國境)을 넘어서 가난과 분쟁(紛爭)의 땅에서 평화(平和) 활동을 펼치며 현장의 진실(眞實)을 기록해 왔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이후 12년 만인 20225월 신작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가 출간되었다. 2024년 처음으로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담은 자전 수필 눈물 꽃 소년을 출간했다. -기타 등등은 생략- 나무위키, 위키백과등 참조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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