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9일(경신/ 4월 11일)
맑으나 바람이 세게 불다. 동헌에 나가 공무를 보았다. 순찰사의 공문이 왔는데, 중위장(中衛將)을 순천 부사로 바꿔 임명했다고 하니 한심하다.
주) 중위장은 좌수사 차석 지휘관인데 이때 중위장은 권준이었다. 권준(權俊, 1547~1611)을 순천 부사로 임명하고 대신 무의공 이순신(李純信, 1553~1611)으로 교체하였으니, 이순신으로서는 한심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무의공은 충무공과는 동명이인이다.
3월 3일(계해/ 4월 14일)
저녁 내내 비가 내렸다. 오늘은 삼짇날 명절이건만 비가 이렇게 내리니 답청(踏靑)도 하지 못했다. 조이립(趙而立)과 우후(虞候, 이몽구), 군관 등과 동헌에서 담소하며 술을 마셨다.
주) 답청은 삼짇날(음력 3월 3일)에 들판으로 나가서 푸른 풀을 밟는 풍속.
3월 4일(갑자/ 4월 15일)
맑다. 아침에 조이립(趙而立)을 배웅하고 객사 대청에 나가 공무를 본 뒤에 서문 밖 해자와 성벽을 더 쌓는 곳을 둘러보았다.
승군들이 돌 쌓는 것을 성실히 하지 않음으로 우두머리에게 장형(杖刑, 곤장)을 쳤다. 아산(牙山)에 문안갔던 나장(羅將)이 돌아왔는데, 어머님이 평안하시다 하니 정말 다행이다.
3월 5일(을축/ 4월 16일)
맑다. 동헌에 나가 공무를 보았다. 군관들은 활을 쏘았다. 저물녘에 서울 갔던 진무가 돌아왔다. 좌의정 류성룡의 편지와 《증손전수방략(增損戰守方略)》이라는 책을 가지고 왔다.
이 책을 보니, 해전과 육전, 화공전(火攻戰) 등 모든 싸움의 전술을 낱낱이 설명했는데, 참으로 세상에 비길 데 없는 훌륭한 책이다.
주) 《증손전수방략(增損戰守方略)》은 류성룡이 편찬한 병법서로 이순신의 탐구 정신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3월 6일(병인/ 4월 17일)
맑다. 아침밥을 먹은 후 출근하여 군 기물을 점검했는데, 활. 갑옷. 투구. 화살통. 환도(環刀) 등이 깨지고 낡은 것이 많아 색리와 궁장(弓匠), 감고(監考) 등의 죄를 논했다.
주) 감고(監考)는 각 관아에서 금, 은, 곡식 등의 출납과 관리, 세금과 공물의 징수를 맡아보는 벼슬아치.
3월 12일(임신/ 4월 23일)
맑다. 밥을 먹은 뒤에 배 있는 곳으로 나가 경강선(京江船)을 점검했다. 배를 타고 소포(召浦, 여수시 종화동 종포)로 나가는데, 때마침 샛바람이 세게 불고 격군(格軍, 보조 사공)도 없어 도로 돌아왔다. 곧바로 동헌에 나가 공무를 본 뒤 활 10 순을 쏘았다.
주) 경강선(京江船)은 조세나 물류 운송, 군사 방어를 목적으로 운행하는 선박을 통칭함.
3월 14일(갑술/ 4월 25일)
종일 큰비가 내렸다. 이른 아침에 순찰사(이광)를 만나러 순천으로 가는데, 비가 심하게 와서 길을 분간할 수가 없었다.
간신히 선생원(先生院)에 이르러 말에게 꼴을 먹이고 다시 해농창평(海農倉坪, 순천시 해룡면)에 이르니, 길바닥에 물이 3자나 괴었다. 겨우겨우 순천부에 이르렀다. 저녁에 순찰사와 오랜만에 담소하였다. -52)-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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