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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24

서평

by 웅석봉1 2024. 5. 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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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때 원균이 올린 장계를 읽어 보자. (선조실록 1597122)

 

*(중략) 다만 수륙의 일을 헤아려 말한다면 우리나라의 장래(위무)는 오로지 수군에 달려 있습니다. (중략) 원하건대 수군으로서 바다 밖에서 맞아 공격해 적을 상륙하지 못하게 한다면 반드시 걱정이 없게 될 것입니다. 이는 신(원균)이 전에 바다를 지키고 있어서 이런 일을 잘 알기 때문에 이제 감히 잠자코 있을 수가 없어 우러러 아룁니다.*

 

원균의 속셈은 뻔하다. 자기를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해 준다면 주상 전하의 뜻을 받들어 대마도발 가토의 증원군을 막아 전쟁을 끝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기는 하다만 그것은 실로 허망 된 꿈일 뿐이었다.

 

원균의 장계가 있고 며칠 뒤, 이번에는 윤두수가 한술 더 떠서 임금의 마음을 흔든다. (선조실록 1597127)

 

*(중략) 이순신의 죄상은 임금께서도 이미 통촉하시었지만, 이번 일은 나라의 인심이 모두 분노하고 있으니, (중략) 위급할 때는 장수를 바꾸는 것이, 비록 어려운 일이지만 이순신을 체직(遞職) 해야 할 듯합니다.*

 

참고로, 이런 관계가 영향을 받았을 리야 없겠지만, 원균과 윤두수와는 사돈지간이었고, 윤두수는 선조와 사돈지간이었다. 급기야 이순신에 대한 파직 명령이 내려졌다. 당시 <선조실록 159726>을 보자.

 

*이순신을 잡아 올 때 원균과 교대한 뒤에 잡아 올 것으로 말해 보내라. 또 이순신이 만약 군사를 거느리고 적과 대치하여 있다면 잡아 오기에 온당하지 못할 것이니, 전투가 끝난 틈을 타서 잡아 올 것도 말해 보내라*

 

선조는 혹시 모를 이순신의 반란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순신을 파직하기 전에 삼도수군통제사 자리에 미리 원균을 임명하고 한산도의 병력을 이순신으로부터 원균이 인계받을 수 있도록 명하는 꼼꼼함을 보였다.

 

159726일 이순신에 대한 파직 명령이 내려졌다. 그 명을 받은 선전관이 한산도까지 내려오는데 10일 정도 걸렸다. 이때 이순신은 선조의 명대로 부산 앞바다에 나가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225일 한산도에 돌아온 이순신은 그제야 자신이 파직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다음날인 26일 한양으로 압송 길에 올랐다. 이순신이 한양에 도착한 날은 34일이었다. 흑흑흑

 

한양으로 압송되어 올라가는 10여 일 동안 이순신은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나라와 백성의 안위를 고민했을까? 아니면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지 고민했을까? 혹시 연좌제로 가족에게 화가 미칠 것을 걱정했을까?

 

난중일기에는 가토를 잡으라는 명령으로 출정한 15971월부터 압송되어 한양을 끌려갔던 3월까지의 기록이 없다. 일기를 쓰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했거니와 썼다면 스스로 분노(憤怒) 감을 감추기 어려워 일기 쓰는 것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한양으로 끌려온 이순신은 의금부에 구금되었다. 이순신이 의금부에 갇힌 10여 일이 지난 313일 선조는 이런 명령을 내렸다. <선조실록 1597313>

 

*이순신이 조정을 기만한 것은 임금을 무시한 죄이고, 적을 놓아주어서 치지 않은 것은 나라를 저버린 죄이고, 심지어 남의 공을 가로채 남을 무람하기까지 하며 방자하지 않음이 없는 것은 기탄(忌憚)이 없는 죄이다. 이렇게 허다한 죄상이 있고서는 용서할 수 없으니 죽여 마땅하다. (중략)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대신들에게 하문하라.*

 

선조에게는 이순신을 죽이고자 하는 마음이 분명히 있었다. 이순신이 의금부에 갇혔을 당시 얼마큼의 고초를 당했을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형벌을 끝까지 시행하라고 명령한 선조의 기록을 보았을 때 상당한 시련을 겪었을 것이다.

 

삼도수군통제사직에서 파직당한 1597년에 이순신의 나이는 53세였고, 48세였던 임진년 사천해전에서 어깨에 총탄을 맞아 몇 년간 활을 쏘지 못할 정도로 고생했었다. 50세 되는 해에는 진중에서 역병에 걸려 생사를 넘나들기도 하였다.

 

전쟁이 지속되면서 전장에서의 스트레스는 이루 말해 무엇하겠는가? 여기에 파직당한 후 옥에 갇히고 모진 형벌까지 더해졌으니, 이순신의 육신은 제대로 망가졌다. -24)-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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