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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23

서평

by 웅석봉1 2024. 5. 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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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4년의 장문포 해전 이후 1595년과 1596년의 조선 바다에서는 어떠한 전투도 없었다. 휴전 기간이기도 했지만, 이순신이 한산도에서 견내량을 틀어쥐고 있기에 일본 수군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조선 수군이 출정하더라도 일본의 함선들은 도망가기 급급했고, 왜성에 의지해 숨어버리니 일본군과 전투를 하려고 해도 할 수도 없었던 실정이었다. 이때 신임 도체찰사(都體察使, 왕명을 받아 할당된 지역의 민정을 총괄하는 임시직)로 부임한 이원익(1547~1634)15958월 직접 한산도를 방문하였다.

 

한산도 수군 진영에서 도체찰사는 수군 5,000여 명에게 잔치를 베풀며 이순신을 격려하면서 함께 지내게 되었다. 이것을 기화로 이원익과 이순신은 서로를 인정하면서 존경하는 사이가 되었다. 나라와 백성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두 사람은 자연 마음이 통하게 된 것이다.

 

이원익은 이순신을 이렇게 평가했다. “이순신은 침착하고 남을 비방하지 않으며 오로지 나라 걱정이 가득했다. 항상 계획적이었고 꼼꼼한 사령관이다.” 그러나 그는 원균을 만나보고는 이렇게 평가했다. “원균은 결단코 기용해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 이처럼 이원익은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한 사람이다. 그는 조선 역사상 청백리의 대표적 인물이었다.

 

한편 당시 순왜자(順倭子, 조선인으로 일본에 항복한 자)와 항왜자(抗倭子, 일본인으로 조선에 항복한 자)가 있었는데 항왜자 중에 요시라(?~1598, 대마도 출신으로 조선말을 잘하는 상인으로 흉악하고 간사하다고 알려진 사람)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완전히 조선에 투항한 인물은 아니었고, 고니시 휘하에서 당시 항왜자들을 총관리하던 좌의정 김응남(1546~1598)과 정보를 주고받는 사인데, (소위 이중간첩) 1597년 명나라와 일본이 휴전 협상이 실패로 끝나고 일본의 재침이 예상되는 시기에 요시라가 김응남에게 속삭였다.

 

가토 기요마사(1562~1611)의 부대가 지금 대마도까지 와있습니다. 언제 부산으로 건너올지 모르는 상황이지요, 이순신으로 하여 그를 요격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건 전쟁을 끝내고 싶은 고니시 유키나가(1558~1600) 장군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여 선조는 김응남이 전하는 요시라의 말을 믿고 이순신에게 출동 명령을 내렸다. “대마도를 건너오는 가토 기요마사를 요격하라이순신은 이것이 요시라의 간계임을 알았다. 대마도에서 부산으로 건너오는 적을 막으라는 임금의 지시는 무모하였다.

 

부산은 적의 전진 기지인데, 적을 등 뒤에 두고 언제 올지 모르는 적을 요격(邀擊)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게다가 부산 앞바다는 파도가 높았고, 판옥선을 며칠이고 기약도 없이 바다 위에 있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이순신은 조정의 명령을 받들어 부산 앞바다까지 출정하였다. 이순신은 당시 조정의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명을 받들지 않는다면 자신은 파직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 나라의 운명은 어떻게 되겠는가. 이순신은 다만 나라의 운명이 걱정이었다.

 

못난 임금 때문에 생고생하는 휘하 병졸들에게 한없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부산 앞바다로 나아갔다. 그럼에도 선조는 이순신이 가토를 요격하지 않았다며 이순신을 매섭게 탓하고 나섰다. 그런 와중에 <부산 왜영 화공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적진 부산에서 큰 화재가 있었는데, 이 화재 진압에 이순신이 자신의 공으로 거짓 보고를 했다는 것이다.

 

<선조실록 1597127>를 보자.

 

*임금이 이르기를 중국 장수들이 못 하는 짓이 없어 조정을 속이고 있는데 이런 습성을 우리나라 사람들도 모두 답습하고 있다. 이순신이 부산 왜영(倭營)을 불태웠다고 조정에 속여 보고하였는데, 지금 비록 그가 왜장의 목을 베어 오더라도 결코 그 죄를 용서해 줄 수 없다.*

 

그러나 실제 이순신이 선조께 올린 장계에는 자신의 공을 말한 적이 없었다. 완전한 오보요, 누군가 이순신을 모함한 흔적이었다. 이후 원균의 모함으로 이순신이 파직당했고 백의종군하게 되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23)-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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