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김삿갓》 162
김삿갓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대답(對答)도 하지 않았다. 무봉(無縫)은 이번에는 환자(患者)에게 말한다.
<젊은 아낙네가 무척 예쁘게 생겼으니, 내가 특별(特別)히 잘 고쳐 줘야 하겠는걸, ……, 내가 이제부터 치료(治療) 방법(方法)을 자세하게 일러줄 테니, 자네도 잘 들어 두었다가 마누라한테 꼭 그대로 해드리게, 내 말 알아듣겠는가?>
그리고 무봉(無縫)은 치료(治療) 방법(方法)을 다음과 같이 일러주었다.
<이제부터 집에 돌아가거든, 사람의 똥(人糞)을 한지(韓紙)에 겹겹이 싸, 가지고 화롯불 속에 묻어 두어서, 우선 똥을 구워 내도록 하게, 그때 주의해야 할 것은 불이 너무 강하면 똥이 타버리기 쉬우니까, 똥을 태우지 말고 꼭 구워 내도록 해야 하네, 똥을 구우면 회색, 빛깔의 밤 알만한 덩어리가 되는데, 그것을 가루로 빻아서 그 가루를 진짜 꿀에 개어서 상처(傷處)에 붙여 두도록 하게, 그러면 열두어 시간쯤 후에는 곪았던 젖이 절로 터지면서 고름(膿)이 수없이 흘러나오게 될 걸세>
무봉의 치료 방법(方法)이 너무도 원시적(原始的)이어서, 김삿갓은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환자(患者)의 남편은 무봉의 말을 믿을 수가 없는지,
<사람의 똥(人糞)을 불에 구워, 가지고, 똥 가루를 꿀에 개어 바르란 말씀입니까? 그렇게 하면 낫게 되는 겁니까?>
하고 따지듯이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러자 무봉(無縫)은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환자의 남편(男便)에게 큰소리로 호통을 지른다.
<아, 이 사람아! 내가 시키는 대로 할 일이지, 자네가 무얼 안다고 미주알고주알 캐어 물으려고 드는가?>
환자(患者)의 남편은 호된 책망(責望)을 듣고 얼굴을 붉힌다.
<죄송합니다, 꼭 선생님 분부(分付)대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미심스러운 점이 있사옵니다, 똥 가루를 꿀에 개어 상처에 붙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상처(傷處)란 어느 부위(部位)를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그러자 무봉은 환자(患者)에게 묻는다.
<유종(乳腫)이 처음으로 시작될 때 젖 속에 밤 알만한 응어리가 생겼다가, 그것이 곪고 곪아서 지금처럼 전체가 부어올랐을 것이 아닌가? 어때? 내 말이 맞겠지?>
환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예, 그러하옵니다, 처음에는 젖 속에 밤알 같은 응어리가 생기더니, 그것이 점점 곪아서 이렇게 되었사옵니다.>
<물론 그랬을 거야, 그러니까 약(藥)은 그 응어리가 생겼던 자리에 붙이면 되는 걸세,>
<곪았던 고름이 터져 나오면 그 후(後)에는 어떡해야 합니까?>
<고름을 깨끗이 짜고 나거든 그때에는 찰밥을 소금에 개어 그 자리에 발라 두도록 하게, 농액(膿液)을 계속해서 빨아내는 데는 찰밥 이상으로 좋은 약이 없기 때문이네, 찰밥을 하루에도 네댓 번쯤 갈아대야 하네, 그래서 10여 일이 지나면 고름이 마르면서 속에서 새빨간 새살이 살아 나오게 될 걸세, 그때에는 내가 약(藥)을 줄 테니, 그 고약(膏藥)을 바르도록 하게, 그러면 보름쯤 후에는 완전히 낫게 될 걸세.>
무봉은 자신만만(自信萬萬)한 어조(語調)로 그렇게 말하고 나서, 서랍 속에서 고약 다섯 봉지를 꺼내 주는 것이었다. 환자의 남편은 고약(膏藥)을 두 손으로 받아 들며 말한다.
<선생(先生)님, 고맙습니다.>
<이 사람아! 자네는 내가 아니었으면 틀림없이 홀아비가 되고 말았을 걸세, 마누라의 유종(乳腫)이 깨끗이 낫거든 나의 덕택(德澤)인 줄로 알게!>
<그야 물론 입죠……, 약값을 얼마를 드리면 되겠습니까?>
김삿갓은 약(藥)값을 얼마나 받으려는가 무척 궁금하였다.
<약값 말인가?>
하고 김삿갓을 돌아다보며 싱그레 웃고 나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죽을 사람을 살려 주는 셈이니까 약값을 제대로 받으려면 천 냥은 받아야 할 거야, 그러나 자네 마누라가 워낙 미인(美人)이기 때문에 특별히 할인해 줄 테니, 한 냥만 내게!>
환자의 남편(男便)은 천 냥이라는 말에 어안이벙벙했다가 한 냥만 내라는 소리에 크게 기뻐하며,
<약값을 특별(特別)히 싸게 해주었으니까, 마누라의 병(病)이 다 낫거든 술이나 한 병 들고 오게, 그것은 의사(醫師)에 대한 환자(患者)의 예의(禮儀)라는 것이야……, 삿갓 선생(先生)! 안 그렇소이까, 하하하,>
무봉(無縫)은 또 한 번 호탕하게 웃으며, 환자(患者)더러 어서 가보라고 손짓을 해 보이는 것이었다. 환자가 가고 나자, 김삿갓은 아랫목으로 내려와 무봉(無縫)과 마주 앉으며 묻는다.
<무봉(無縫) 선생! 그 여인의 젓이 무섭게 곪아 오른 것 같은데, 똥 가루를 발라 가지고 쉽게 나을 수 있겠소이까?>
《정비석(鄭飛石) 풍류소설(風流小說) 《소설 김삿갓》 (제2권), 87쪽~89쪽-계속-(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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