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 88

●점은 왜 생길까?
그동안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점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랄 때가 있다. 점은 검은색 색소(色素)를 만드는 ‘모반 세포’의 집합체(集合體)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점은 대체로 서너 살 무렵부터 생기기 시작한다.
우리 온몸을 감싸는 피부(皮膚)에는 검은색 멜라닌 세포(melanocyte)가 흩어져 있다. 이 멜라노사이트 (멜라닌을 생성하는 세포)가 변화해 모반(母班) 세포(細胞)가 된다. 모반 세포도 검은색 색소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모반 세포가 모인 점도 거무스름한 색을 띤다.
주) 모반(母班)은 점(點)이고, 모반 세포란 피부 멜라닌 세포의 한 변형으로 색소 모반을 이루는 주세포(主細胞)다. 멜라닌 세포보다 크고, 돌기가 없으며 둥지를 형성하고 색소를 많이 지니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 번 생긴 점은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어린 시절에 평평했던 점이 나이가 들면서 모반의 수가 점점 증가해 부풀어 오르듯 볼록해지거나 커질 수도 있다.
『과학 잡학사전 통조림 <인체 편>』 (지식을 쌓으려면 통째로 조목조목!) <엮은이 키즈나출판 편집부, 옮긴이 서수지, 감수 이경훈, 하라다 도모유키(原田知辛) (사람과 나무 사이, 2023)>, 70쪽에서 인용.
▲각설하고 난중일기를 읽어보자.
7월 6일(무오/8월 2일)
맑다. 아침에 방답 첨사 이순신(李純信)과 소비포 권관 이영남(李英男)이 와서 만났다. 한산도에서 새로 만든 배를 몰고 오는 일로 중위장(中衛將)이 여러 장수들과 함께 나가서 끌고 왔다.
공방(工房)의 곽언수(郭彦壽)가 행재소에서 왔는데 도승지 심희수(沈喜壽)와 지사 윤자신(尹自新), 좌상 윤두수(尹斗壽)의 답장이 왔고, 윤기헌(尹耆獻)도 안부를 보내왔다. 아울러 도착한 각 관보를 보니 탄식할 일들이 많았다. 흥양 현감(縣監) 배흥립(裵興立)이 군량미를 싣고 왔다.
주1) 곽언수(郭彦壽)는 승려 의엄(義嚴), 휴정(休靜)의 제자로서 승려 수천 명을 이끌고 왜적을 물리쳤다.
주2) 심희수(沈喜壽, 1548~1622)는 노수신(盧守愼)의 제자로 선조를 의주까지 호종(扈從)하고 유창한 중국어로 명나라 사신을 접대하였으며, 명나라 경략 송응창(宋應昌)의 접반사(接伴使)로서 관서 지방에서 빈민을 구제하였다.
주3) 윤자신(尹自新, 1529~1601)은 우승지로서 왕을 호종할 때 종묘서 제조가 되고, 종묘의 신주를 임시로 송도에 묻었다. 정유재란 때 종묘를 지키고 중전과 세자를 보필하였다.
주4) 윤두수(尹斗壽, 1533~1601)는 좌의정으로서 명나라에 지원 요청을 하지 말고 자력 수호를 주장하며 이원익(李元翼), 김명원(金命元)과 함께 평양성을 지켰다. 1597년 유성룡(柳成龍)과 함께 임진왜란 평정에 힘썼다.
7월 7일(기미/8월 3일)
맑다. 순천 부사 권준(權俊)과 가리포 첨사 구사직(具思稷), 광양 현감 어영담(魚泳潭)이 와서 군사 일을 논했는데, 각각 가볍고 날랜 배 15척을 뽑아 견내량으로 가서 탐색하게 했다. 위장(衛將)이 이를 거느리고 가 보니 왜적이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거제에서 포로가 되었던 사람을 데려와서 왜적의 소행을 자세히 물으니 ‘흉적들이 우리 수군의 위세를 보고 달아나려 했고’ 또 말하기를 ‘진양이 이미 함락되었으니 달려가서 전라도를 넘어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말은 거짓이다. 우수사 이억기(李億祺)가 내 배로 왔기에 같이 이야기했다.
7월 8일(경신/8월 4일)
맑다. 남해를 오가는 조붕(趙鵬)에게서 ‘적이 광양을 친다고 해서 광양 사람들이 관청과 창고를 이미 불살랐다고’는 소식을 들었는데, 해괴함을 참을 수가 없다.
순천 부사 권준(權俊)과 광양 현감 어영담(魚泳潭)을 보내려다가, 길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믿을 수 없으므로 그만두고, 대신 사도 군관 김붕만(金鵬萬)을 보내어 알아 오게 했다. -88)-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