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길 위의 풍경> 102
★에이즈는 어떤 질병일까?
에이즈(AIDS)는 후천성 면역(免疫) 결핍증을 말한다. 우리 몸에는 병원체로부터 몸을 지키는 면역이라는 기전이 있는데, 인간 면역 결핍(HIV)에 감염되면 그 면역 기능이 망가진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걸리지 않는 감염병에 걸리기 쉽다. HIV는 면역 결핍 바이러스에 감염된 침팬지 고기를 사람이 먹으며 퍼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의 감염원은 체액, 혈액, 모유다. 주로 성행위와 수혈, 등으로 감염된다. 감염 직후에는 바이러스의 양이 급속히 증가해 열이 나거나 몸에 통증이 있다가 1~2개월 후 잠잠해진다. 하지만 몸속에 남아있던 바이러스가 10년 이후 면역력이 저하되어 에이즈를 발병시킨다.
과거에는 불치병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현재는 HIV의 양을 줄이고 면역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 조기에 발견하면 일상생활도 가능하다.
『과학잡학사전 통조림 <인체편>』 <엮은이 키즈나출판 편집부, 옮긴이 서수지, 감수 이경훈, 하라다 도모유키(原田知辛) (사람과 나무 사이, 2023)>, 30쪽에서 인용.
*각설하고 올레길을 걸어보자.
▲그런 길은 울창한 숲과 오래된 묘지들이 즐비하여 강심장이 못 된 나로서는 낮이라도 무서움이 서릴만하였다. 다행히 우리는 어부인과 둘이라 머리카락까지 서지는 않았다. 모슬봉 정상의 둥근 군사시설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모슬포의 상징 같다.
모슬봉을 내려선 길은 꾸불꾸불한 들길을 한참 걷는다. 들에는 여기저기서 일군의 사람들이 마늘을 심고 있다. 도로 주변에 승합차가 주차된 것으로 보아 인력회사를 통한 노동력을 사서 농작업을 하는 모양이었다. 젊은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지 모두 들 나이든 할머니들이다. 저분들이 돌아가시면 농사는 누가 지을지 걱정스럽다.
한편, 대정읍은 제주 마늘의 6할을 생산하는 마늘 주산지다. 거센 해풍에 시달리며 자란 마늘은 비옥한 토질의 기운을 받아 품질이 우수하고 저장성이 강하다. 여기 보성리가 그 중심지다.
밭길을 한참 걸어 나가니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의 상이 우뚝 서 있는 작은 공동묘지가 나왔다. 성당도 아닌 밭 가에 무심히 굽어보는 예수님의 모습이 안쓰럽다. <천주교 모슬포 교회 묘지>다.
묘지 옆 밭에서는 이륜차를 타고 온 농부가 혼자서 익은 콩밭을 기고 있는데, 또 다른 안쓰러움이 다가온다. 혹시 내가 이렇게 여행하는 동안 고향의 어머니가 저러고 있지는 않을까 해서다. 저 넓은 콩밭을 언제 다 거둘는지, 걱정스럽다. 어허허
교회 묘지를 지나 조금 걸으니 <신앙의 증인, 정난주 마리아 묘>라는 큰 성지가 넓게 자리 잡고 있다. 1994년 조성하였다는 <천주교 대정성지> 속으로 들어갔다.
묘는 양지바른 남향으로 잘 꾸며져 있었다. 언 듯 보아 명당 자리다. 명당이란 다른 게 아니라고 본다.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자리, 물이 잘 빠지는 자리 그리고 풍광이 좋은 자리가 명당이리라. 여기가 그런 곳이라는 생각이다.
그럼, 여기 명당 자리를 차지한 주인공은 누구신가? 그 이야기를 다 하려면 김훈의 장편소설 <흑산>을 반쯤 풀어 놓아야 할 지경이니 불가하고, 간략히 말하면,
조선 후기 명문가 정약전, 약종 형제의 이복(異腹) 맏형, 정약현(1751~1821)의 딸로서, 16세에 진사에 급제한 황사영(1775~1801)의 아내 정명련(1773~1838), 즉 난주 마리아다.
아, 그런데 시집을 잘못 갔던가, 세상이 어지러웠던가, 신유박해(1801년의 천주교인 소탕 사건)에 울분을 참지 못한 남편이 조선의 아픈 사연을 비단 폭에 지어(帛書, 백서) 북경의 주교에게 보내려다가 사전에 발각된 사건이 일어났다.
그 백서사건으로 남편 황사영이 죽임을 당했으니 그녀인들 어찌 온전할 수 있었겠는가, 그녀는 관비가 되어 제주도 유배길에 올라 추자도에 잠시 들렀다고 한다. 그때 두 살배기 아들(경한)을 추자도에 두고 왔는데 아마도 핏덩이 자식까지 노비로 보내려니 얼마나 억울했을까! 그래서 핏덩이를 추자도에 몰래 맡기고 떠났을 것이다.
그곳 어부의 도움으로 자란 경한이는 성인이 되고 두 아들을 두었다. 그 후손(8대손)인 황경자(74세) 할머니가 지금도 추자도에 살고 있다고 전한다. (중앙일보 2014년 8월 16일 자 보도) 애달픈 사연이다. -102)-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