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박노해의 <굽이 돌아가는 길>

웅석봉1 2024. 10. 7. 14:37

<굽이 돌아가는 길>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박노해 시인의 <굽이 돌아가는 길> 전문

 

<시인 소개>

 

1957년 전남 함평군 함평읍 기각리에서 태어나 보성군 벌교읍에서 자랐다. 판소리 가수였던 아버지와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던 어머니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

 

그의 아버지 박정묵은 빈농의 가정에서 출생하였으나 총명하였으며 정의감이 넘쳤다고 한다. 일제 시절, 독립운동에 참여하고 목포에서 남로당 활동에 열성이다가 여순 반란 사건때 주동자급으로 빨치산 투쟁을 했다고 전한다.

 

시인의 기억 속의 아버지는 철저한 사회주의 혁명가가 되지 못한 채, 패배한 역사 속의 무력한 패배자로 떠돈 인물이었다고 회고했다.

 

16세 때 서울로 올라와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선린상고 야간부에 다녔다. 건설, 섬유, 화학, 금속, 물류 등의 분야에 일하고, 1982년께 군에 제대한 후 야학에서 만난 김진주와 결혼하고 <안남 운수>에 취직한 뒤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에 투신한다.

 

1983시와 경제지에 시다의 꿈, 하늘, 얼마짜리지, 바겐세일, 그리움, 등 여섯 편의 시를 발표하며 시인으로 등단함.

 

1984년 첫 시집 노동의 새벽(풀빛 출판사)7년 동안 노동 현장에 근무하면서 출간된 시집이다. 이 시집이 금서(禁書)로 지정되었음에도 100만 부가 발간되었다.

 

이때부터 그는 박해(迫害)받는 노동자()의 해방()”이란 문구에서 필명으로 박노해(본명은 박기평)라 지었고, ‘얼굴 없는 시인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1991년 사형을 구형받고 환하게 웃던 모습은 강렬하게 기억된다. 무기수로 독방에서 독서와 집필로 보내고 76개월 만인 1998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다. 석방된 후 민주화 운동 유공자로 복권되었으나 국가보상금을 거부함.

 

20여 년간 가난과 분쟁의 땅에서 평화 활동을 펼치며 현장의 진실을 기록했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이후 12년 만인 20225월 신작 시집너의 하늘을 보아를 출간했다. 2024년 자전 수필 눈물 꽃 소년을 출간했다.

 

시집으로 노동의 새벽,(1984),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2010),너의 하늘을 보아라, (2022),

 

수필집 또는 사진집으로 사람만이 희망이다,(1997), 오늘는 다르게,(1999), 하루,(2019),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2020), ,(2020), 걷는 독서,(2021), 내 작은 방,(2022), 아이들은 놀라워라,(2022), 올리브나무 아래,(2023) 눈물 꽃 소년,(2024) ,

 

*위의 시 굽이 돌아가는 길사람만이 희망이다에 실린 시로 굳이 해설하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이, 읽는 그대로 술술 읽히고 전달되는 시다. 인생은 험난한 길이니, 곧이곧대로만 살지는 말되, 그렇다고 술에 술 타고 물에 물 탄 듯 흐지부지는 살지 말고 끝까지 정진(精進)하라는 뜻이리라.

 

*박노해 시인은 요즘(2024) 국내외에서 노동운동 및 사진작가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시인의 활발한 활동을 기다린다.

 

1988, 노동문학상, 1992, 로테르담 재단 인권상 등 수상. 나무위키》 《위키백과등 참조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