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난중일기> 62

웅석봉1 2024. 7. 16. 12:18

25(경인/ 37)

 

비가 억수같이 내리다가 늦게 개였다. 경칩 날이라 둑제(纛祭)를 지냈다. 아침밥을 먹고, 대청에 나가 공무를 보았다.

 

보성 군수 김득광이 밤을 새워 육지를 거쳐 달려왔다. 뜰 아래 붙잡아 놓고 기일을 어긴 죄를 문초하니, 순찰사(권율)와 도사 등이 명나라 군을 모시고 차사원(差使員)이 되어 강진. 해남 등지로 다녀왔기에 늦었다고 진술하였다. 이 역시 공무라 그 대장(代將)과 도훈도, 담당 아전들만 대신 벌했다. 흑흑흑

 

이날 저녁에 서울에서 온 벗 이언형(李彦亨)을 송별하기 위한 술자리를 마련했다.

 

) 둑제(纛祭)는 군대의 행렬 앞에 세워둔 대장기에 지내는 제사다. 봄에는 경칩에 가을에는 상강에 지낸다. 자는 깃발을 뜻하며, 독 또는 둑으로 읽는데, 여기서는 이다. 차사원(差使員)은 임시로 임무 수행을 하는 관원.

 

26(신묘/ 38)

 

아침에 흐리다가 저녁나절에 개었다. 4(四更, 새벽 1시에서 3시 사이)에 처음으로 나발()을 불고, 날이 새기 전에 2번째 나발을 불고 나서, 3번째 나발을 불면서 배를 풀고 돛을 달고 나아갔다.

 

정오에는 잠시 역풍이 불었다. 날이 저물어서야 사량(蛇梁, 통영시 사량면 양지리)에 들어와서 쉬었다.

 

27(임진/ 39)

 

맑다. 새벽에 곧장 견내량(見乃梁, 거제시 사등면 덕호리)에 이르니 경상 우수사(右水使) ()평중(平仲 원균의 ) 이미 와있어 함께 적을 칠 일을 의논하였다. 기숙흠(奇叔欽)이 와 있었다. 곧이어 이영남(李英南, 1566~1598, 노량해전에서 전사)과 함께 이여념(李汝恬, 1561~?)도 왔다.

 

28(계사/ 310)

 

맑다. 아침에 영남 우수사 원균이 와서 전라 우수사 이억기가 약속을 어긴 것을 몹시 탓하고는 지금 먼저 떠나자고 하였다. 그래서 조금 기다리면 그가 올 것이라고 말렸다.

 

정오가 되자 과연 돛을 나부끼며 이억기가 다가오므로 진중의 장병들이 모두 기뻐하였다. 맞이하고 보니, 데리고 온 함선이 40척 정도였다. 그리하여 모두는 오후 4시쯤에 함께 출항하여 초저녁에 온천도(溫泉島, 七川島)에 도착했다. 본영에 편지를 보냈다.

 

29(갑오/ 311)

 

날이 새자 많은 비가 내렸다. 첫 나발을 불고 날씨를 관찰하였더니 큰 비가 올 것 같아 출항하지 않았다. 과연 종일 큰 비가 내려서 그대로 머물고 출항하지 못했다. -62-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