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 48
1월 16일(정축 / 2월 28일)
맑다. 동헌에 나가 공무를 보았다. 각 고을의 벼슬아치와 색리(色吏) 등이 인사하러 왔다. 방답의 병선을 맡은 군관들과 색리들이 그들 병선을 수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곤장을 쳤다.
우후(虞候)와 가수(假守, 임시직원)도 점검하지 않아서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해괴함을 이길 수가 없다. 공무를 하찮게 여기고, 제 몸만 살찌우려 들며 이처럼 돌보지 않으니, 앞날의 일을 알만 하다.
성 밑에 사는 박몽세(朴夢世)는 돌쟁이인데, 先生院의 돌 뜨는 곳에 가서 해를 끼치고 이웃집 개에게도 해를 끼쳤으므로 곤장 80대를 쳤다.
주) 우후(虞候)는 조선 시대에 병마절도사와 수군절도사를 보좌하던 정4품 무관 벼슬, 선생원(先生院)은 성생원(成生院)이라고도 하는데 나라에서 역로(驛路)에 세워 경영하던 여관.
1월 17일(무인/ 2월 29일)
맑다. 춥기가 한겨울 같다. 아침에 순찰사(이 광)와 남원의 반자(半刺)에 편지를 보냈다. 저녁에 쇠사슬을 박을 구멍을 낸 돌을 실어 오기 위해 배 4척을 선생원(先生院)으로 보냈으며, 김효성(金孝誠)이 거느리고 갔다.
주) 반자(半刺)는 고을의 장(長) 아래에 속한 판관(判官)
1월 18일(기묘/ 3월 1일)
맑다. 동헌에 나가 공무를 보았다. 여도(呂島, 고흥군 점암리 여호리)의 1호선이 돌아갔다. 우등계문(優等啓聞)과 대가(代加) 단자를 봉하여 순영(巡營)으로 보냈다.
주1) 1호선의 본래 이름은 천자선(天字船)이다. 배의 이름을 천자문의 글자 순서대로 정했으므로 천자선은 곧 1호선을 말함이다.
주2) 우등계문(優等啓聞)은 무예의 성적이 뛰어난 자에 대한 보고 문서다. 대가(代加)는 품계가 오를 사람이 자기 대신 아들이나 사위, 동생, 조카 등이 품계를 올려 받도록 하는 일.
주3) 순영(巡營)은 팔도에 파견된 감사가 직무를 보던 관아.
임진년 2월(1592년 2월)
2월 1일(임진/ 3월 14일)
새벽에 망궐례(望闕禮)를 행했다. 가랑비가 잠깐 뿌리다가 느지막이 개었다. 선창(船艙, 여수시 연등동 입구)으로 나가 쓸 만한 널빤지를 고르는데, 때마침 물을 막아 둔 안에 몽어 떼가 밀려들어 왔기에 그물을 쳐서 2,000여 마리를 잡았다. 참으로 장쾌하다.
그길로 전투 배 위에 앉아서 술을 마시며 우후(虞候) 이몽구(李夢龜)와 함께 새봄의 경치를 보았다.
주1) 망궐례(望闕禮)는 직접 왕을 배알(拜謁)하고 경의를 나타낼 수 없을 때 멀리서 궁궐을 바라보고 절하는 예식.
주2) 몽어(夢漁, 꿈꾸는 물고기)는 그물을 쳐서 2,000여 마리나 잡았다. 그러면 아마도 초봄이니 봄 도다리가 아닐까? 하는데 ……, 전라도 방언에 숭어 새끼가 몽어라 한다니, 그렇게 추정한다.
2월 2일(계사/ 3월 15일)
맑다. 동헌에서 공무를 보았다. 쇠사슬을 건너 매는 데 필요한 크고 작은 돌 80여 개를 실어 왔다. 활 10 순(巡)을 쏘았다.
주) 활을 쏠 때 한 사람이 화살을 다섯 번 쏘는 것이 1순(巡)이다. 48)-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