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청산에 살리라> 10

웅석봉1 2024. 3. 17. 14:01

야 인마, 그래도 좀 더 신중히 결정해야 제. 남들은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 이구동성들인데……,”

 

말 마라. 이제 속이 다 후련하다. 당분간 낚시나 하면서 좀 쉬어야겠다.”

 

, 너 혹시. 지난번 그 사건에 걸린 거 아냐?”

 

아냐, 인마. 그 사건은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었어. 그 건 때문에 경찰서에 들락날락하였지만 말이야,……이미 나는 무혐의로 판결이 났어.”

 

그럼, 자식아. 왜 갑자기 그만둔 거냐고? 무슨 동기가 있었을게 아냐?”

 

내가 말했잖아. 은행 5년 다니면서 느낀 결론이라고.”

 

~ 아깝다 아까워. 그 자리 나 한데 물러주지. 이 자식아. . 한잔해라.”

 

이제는 엎질러진 물이라, 어찌할 수는 없지만, 영수는 그 자신을 잃는 만큼이나 슬퍼졌다. 문득, 지영이가 보고 싶어진다. 밤이 늦었으나 영수는 지영이의 핸드폰을 눌렀다.

 

, 김지영. ~네 형님이다. 지금 뭐 하니. 인마, 누구냐고? 나야, . 영수!”

 

자정이 지났으니 아마 잠결에 전화를 받은 모양이다. 영수가 경우의 사표 소식을 전하니 그는 금시초문이란다. 영수는 자세한 것은 내일 전화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제 지영이 만 남았다. 그놈은 잘할 거야.

 

언젠가는 은행장이 되어 시골 노인들에게 돈바람을 뿌려 줄 거야. 그때 영수는 지영이 옆에 서 있기만 해도 신이 나겠지……, 이제는 지영이 만 남았다.

 

경우를 보낸 영수는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웠다. 뭔가 허전하다. 오늘도 마른 멸치처럼 허리가 굽은 박 노인이 오뉴월 뙤약볕에서 논두렁에 엎드려 풀을 매고 있었다. 지난달에는 홍이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 나이가 아흔셋이시다.

 

그때 예순다섯의 이장님을 비롯한 칠순의 동네 어른들이 모두 상여꾼이었다. 팔순이 넘는 노인들이 논일, 들일을 도맡아서 하니, 지금 우리 동네는 가히 노인들의 전성시대인 모양이다.

 

6. 서울

 

지점장실로 불려 들어간 지영이는 지점장의 눈치를 살폈다. 어제 <소로즈건설>이 신청한 대출 건이 마음에 걸렸다. 본점의 오더 건인데 지영이가 퇴짜를 놓았다. 첫눈에 담보물이 생소하다. 바다를 끼고 위치한 크나큰 악산이다.

 

그래서 우선 정식 감정을 하기 전에 탁상(서류상으로만)감정을 받아보기로 했는데 그 결과는 환가성이 없다며 감정서 작성이 곤란하다는 의견이었다.

 

그래서 그제 저녁에 지영이는 심사 담당 직원과 세심한 검토를 하였다. 담당자의 의견도 지영이와 비슷하였다. 그래서 부지점장과 상의하여 퇴짜를 놓았다.

 

앉지지점장이 부드럽게 말했다.

 

“<소로즈건설> 건 말이야. 본점에서 독촉이 심한데, 내가 담보물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더니 담보물 보고 대출하냐고 하더군

 

그럼, 담보물은 왜 잡은 겁니까?”

 

지영이는 조심스럽지만 따지듯 말했다. 지점장은 입맛을 다시고 있다가,

 

그런 업체는 서로 잡으려고 은행들이 난리라는 거야. 물정 모르는 소리 말라지 뭐야

 

그렇게 확실하면, 본점에서 무담보로 승인해 달라지요” -계속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