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변신> 16

웅석봉1 2024. 1. 25. 09:06

에필로그

 

헤르만 헤세(1877~1962)는 소설데미안에서 말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나를 파괴하지 못하면 알은 새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도전하지 않고는 한계를 느끼지 못한다. 스스로 한계에 도전할 때 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신이면서 동시에 악마인 존재’ ‘선과 악의 대립 하는 세계가 내 안에서 하나로 통합되는 일체감그것이 아프락사스의 세계다. 그러니 진정한 아프락사스는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는 것, 즉 자기 자신의 운명이 본질적으로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 운명을 자신 속에서 온전하게 지켜내는 일이다-

 

지금도 <동백 부동산> 사장과의 첫 대면을 잊을 수 없다. 점포를 계약하고 휘파람을 불면서 길 건너 그를 찾아갔을 때,

 

-중개사 자격증 있다고 아무나 아무 데서나 개업할 수 있다고? 꿈 한번 크군! 중개업이 일없는 한량이 농사나 짓지, 인 줄 아나,……,당신, 종합예술이 뭔 줄이나 아~!

 

그 당당한 호통 소리가 아직도 쟁쟁하고, 조롱 어린 눈길이 아직도 생생하다. 기득권의 벽은 생각보다 두껍고 후발주자는 그만큼 더 어려운 처지다. 아니 기득권이라기보다 세상을 너무 두렵게 보거나, 아니면 너무 만만히 본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두렵지도 않지만 그렇게 만만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손 놓고만 있기에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 문제다. 삶의 여정을 한강에 비유한다면 나는 겨우 이포나루를 지났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갈 길이 한참 남아있다.

 

그러니 중단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나에게 부동산중개업은 튼튼한 돛단배가 될지, 아니면 불안한 나룻배가 될지는 지금도 나는 가름하기 힘들다.

 

그것은 오직 배를 저어 가는 사공의 몫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실패의 경험과 데미안의 조언이 있어, 외롭지는 않다.

 

중개업은 종합예술이다. 종합예술은 한 분야만의 예술이 아니라는 뜻이다. 종합은 지식과 경륜 그리고 인격이 혼합되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복덕방은 전통적으로 노년의 업이었다.

 

세상이 변하여 어떤 업()이든 남녀노소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지만 그 업의 성격에 맞는 세대가 존재함은 분명할 것이다. 하나의 업을 두고 청년과 노년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가령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일자리를 두고 서로 경쟁하는 모습은 그리 아름다운 사회는 아닐 것이다.

 

인간의 수명은 늘어만 가는데 일자리 정년은 그대로이니 늘어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모르는 초로의 사나이들이 오늘도 솔가지에서 떨어진 흰 송충이처럼 차가운 낙엽 위를 방황하고 있다.

 

*이 소설은 꼭 12년 전의 이야기다. 내가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주관하는 실무교육(2012312일부터 315일까지)을 수료하고, 그 당시 강의하는 강사들과 같이 수료한 중개사로 개업하려는 지망자들의 경험담을 기초로 하여 지은 소설임을 밝혀둔다. 지루한 글 읽어주신 독자님께 감사드린다. -.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