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변신> 10

웅석봉1 2024. 1. 19. 09:08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는데 중개 건수는 한 건도 없다. 월세 1백에 사무소 관리비. 실장 인건비. 식대 등으로 퇴직금 통장 잔액이 5백 기십만 원 줄어들었다.……하지만,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리자. 그리고 준비하자. 문은 열릴 것이다. 아니 반드시 열리게 되어있다.

 

중개사님, 우리 힘냅시다. 주위에서 주시하고 있습니다. 왕따 부동산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 보여 줍시다. 정시 출근, 정시 퇴근, 합시다. 출근 시각은 해 뜰 즈음이요, 퇴근 시각은 노을이 저물 때입니다. 우리 <천지인>은 언제나 태양과 땅과 사람과 함께합시다.”

 

실장이 고맙다. 모르는 업무야 배워서 하면 된다. 문제는 정신자세이고 생각이다. 생각이 행동을 바꾸고 행동이 습관을 바꾸고 습관이 인격을 바꾸고 인격이 팔자를 바꾼다고,

 

저 유명한 미국의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1842~1910)가 일찍이 설파하지 않았나. 나보다 더 적극적인 실장이 정말 고맙다.

 

시절은 매화가 지고 개나리도 지고 진달래까지 질 무렵 어느 날 오후, 4십 대 신사 한 분이 들어선다. 실장과 나는 동시에 일어섰다. 절하고 절했다.

 

치과 할 자리 하나 구해 주세요. 개업하게요. 지역은 꼭 여기가 아니라도 좋아요. 영등포 쪽이면 더 좋고, 평수는 30평 내외, 층수는 5층 이상 건물에 2~3, 보증금 2억 준비할 수 있고 임대료는 시세대로,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제가 종합병원에서 사표를 제출한 상태니까요.”

 

, 선생님. 병원 중개가 제 전공과목입니다. 곧 연락 올리겠습니다.”

 

개업하고 세 번째 고객이다. 첫 번째 두 번째 고객은 아파트 팔아 달라는 물주인데 사려는 의뢰인은 구경도 못 했으니, 성사될 리가 없었다. 명함을 주고 40대는 떠났다. 유명 종합병원 치과의사. 명함까지 주었으니 내 고객 틀림없다. 역시 우리의 생각이 옳았다.

 

그날 우리는 인터넷을 뒤지고 또 뒤졌다. 30평에 3층을 찾아라. 지역은 강남 서쪽으로, 보증금 2억 내외로. 드디어 우리의 그물에 점포 3개가 걸렸다. 그중에서 가장 입지가 나아 보이는 한 곳을 찍었다.

 

등기부와 건축물대장을 확인하고, 계약조건도 점검하고 치과의사와 통화를 했다. 다음날 그를 모시고 찍은 점포를 찾아서 길을 나섰다. 점포는 찾기 쉬웠다. 역 출구에서 10m 거리 파리바케트가 있는 5층 건물이다.

 

선생님. 이 건물 3층입니다. 올라가시죠.”

 

건물 입구에서 건물을 쳐다보며 머뭇거리는 40대를 앞에서 잡아끌었다. 이 건물이 정녕코 맞느냐고요? 네 맞습니다. 분명합니다.

 

위치 좋죠.”

 

위치 좋다고요, 여기 치과 있잖아요!” 10)-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