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변신> 7

웅석봉1 2024. 1. 16. 09:26

다음날 나는 계약금을 걸고 휘파람을 불면서 동업자끼리 서로 잘해보자는 취지로 인사차 인접의 <동백 부동산>에 들렀다.

 

그런데, 뜻밖에 초반부터 암초(暗礁)를 만났다. 용장과 강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의 자를 꺼내는 순간 동백 사장의 호통이 나를 흔들어 놓고 말았고, 나의 꿈은 사라지고 있는가?

 

4.

 

점포 주인과 통화를 마친 나는 긴 그림자를 밟으며 계약한 점포를 돌아, 시장통 뒷골목에서 4천 원짜리 백반을 안주로 소주 한 병 마시고, 집으로 들어오니 마누라는 그래도 기대가 되는지, 아니면 내 사기를 올려 주려고 그러는지, 생글생글 웃으면서 점포는 잘 되어가지~? 한다.

 

그런 마누라 얼굴에 어떻게 사실을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럼, 그럼, 내가 누군가하고 큰소리는 친다만, 잠이 올 리가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15, 들어와도 시원찮은 판에 날릴 수는 없는 일이다.

 

퇴직금 받아 3년 지나니 반 이상 까먹고 남는 게 별로 없는 처지에 아직도 수십 년은 더 살아야 한다는데 어떻게 하라고? 궁하면 통한다고? 으흐으음, 그래, 어디 한 번 부딪쳐 보는 거야. 성공을 위해서는 시련이 따르기 마련이렷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동백 부동산>을 다시 찾아갔다. 9시가 넘었는데 문이 열려있지 않았다. 이래서야 무슨 중개업 한다고, 한심한 용장 같으니라고.

 

직장인들 출근할 때 문 열어 놓고 앞뒤 청소도 하고 먼지도 안 나게 물도 뿌리고 해야 하는데, 점포 관리를 이렇게 엉망으로 해서야 어디 사업이 잘되겠냐, 쯧쯧.

 

그날따라 출근이 늦는지 열 시가 되어서야 나타나는 용장에게 나는 동지섣달 꽃이라도 본 듯이 꼬리를 흔들며, 손도 비비며, 그를 따라 들어섰다. 고개를 숙이고, 또 숙이고 절을 한다.

 

어제보다는 다소 누그러진 용장의 모습에 용기를 얻었다. 사장님, 아둔한 저를 굽이 살펴 주시고……, 지상낙원으로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3,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시고 다른 곳을 찾아보시는 것이 상책 일게요.”

 

뭐라? 3백이라니. 아니올시다. 3백이 아니라, 15백이라오. ? 15백이라고, 어허허, 뭐 제가 역시 초짜라고요? 그가 봐도 내 꼬락서니가 불쌍해 보였나 보다. 그제야 용장은 자기 앞의 의자를 가리키며 앉으라는 지시를 한다.

 

실장님, 여기 커피 한 잔.”

 

언제 들어왔는지 어제의 그 강졸이 그 자리에 앉아 있다. 사장님, 저가 그 돈 까먹으면 평생 쌓아 올린 가장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제발 저를 좀 살려 주십사.……,앞으로 사장님 일에는 무엇이든지 신명을 다 바치겠습니다. 7)-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