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변신> 6

웅석봉1 2024. 1. 15. 09:16

아침햇살이 반짝이는 거리에서 무지개처럼 내 눈에 확 들어온 4층짜리 아담한 빌딩. 그 아래 1층에 닫혀있는 점포 하나, 그 철책 셔터에는

 

*점포 15평 임대. 연락처 010-1234-0000주인 백* 이라는 하얀 종이가 금방 쓴 듯 매끄럽게 붙어있었다.

 

출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옆 가게 사장님께 점포 내력을 탐문(探聞)하였다. 원래 김밥 가게 자리인데 열흘인가 전에 신도시로 이사 간다고 나온 물건(物件)이라고 하였다.

 

큰 아파트단지는 아니지만, 주변에 나 홀로 아파트가 수십 동이고 고만고만한 연립주택이 즐비한 지역이었다. 역세권은 조금 벗어났지만, 교통도 좋은 편이고 이면도로의 사거리에 위치하며, 거기다가 남향이었다.

 

15평이면 중개업소로 최적의 면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음에 드는 것이 주변에 중개업소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어림잡아 점주 권의 가구 수가 6천은 족히 됨직한데 중개업소는 불과 열한 개 정도다.

 

서울은 중개업소 세상이나 다름없다. 무려 25천 곳의 업소가 영업 중이다. 길거리 커피점보다 많은 게 부동산이다. 부동산중개업은 한 업소당 5백 세대가 적정수준이라고 하니, 서울에서 이런 입지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 본 순간 그래 바로 이곳이야라는 내 목소리에 스스로 놀랐던 점포가 아니던가. 혹시나 하여 오전에 권리관계와 주변 여건을 조사한 결과 대만족이었다. 검토하면 할수록 좋은 입지다. 우하~, 오후에 드디어 점포 벽에 붙은 핸드폰 번호를 눌렀다.

 

사장님, 여기 점포 계약하고 싶은데요?

 

그 점포요? 누가 계약한다고 했는데~

 

벌써 계약 끝났다는 말인가? 그럼 안 되는데, 내가 얼마나 찾던 물건(物件)인데. ……,~, 그건 아니고 누가 내일 계약하러 온다고 해서라고요? 그럼, 계약이 성립된 건 아니네요. 저하고 계약하시죠. 저 괜찮은 사람입니다. 임차료 절대 기일 어기지 않겠습니다.

 

계약조건이 어떻게 됩니까?

 

조건요? 3천에 월 1백만. 예전엔 5천이었는데 요즘 불경기라 2천 내렸어요.”

 

그래요. 언제 만날까요? 모레요? 아니 그러지 마시고 지금 만나지요. 오늘은 곤란하다고요. 그럼, 내일은 어때요? 내일 오전 열 시에, 옆 가게에서 만나자고요. 그런데 계약금으로 15백 준비하라고요?

 

계약금은 보증금의 10%가 관례 아닌가요. 3백만 하면 안 될까요? 아, 좀 급히 필요한 데가 있다고요. 그럼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선생님도 신분증 가지고 나오시죠. 6)-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