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3
“물론 회원 아니라도 개업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매물정보도 없이 무슨 수로 중개를 하나요. 들어오는 수입은 없는데 임대료에 관리비만 나가니 결국 문 닫지 않을 장사 있나요. 일찌감치 포기하고 다른데 알아보는 게 상책일 거예요.”
나를 노려보며 입을 놀리는 그 모습이 사장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았다. 그리하니 용장 밑에 약졸 없다는 속담은 지금도 유효한 모양이다.
<동백 부동산>의 사장과 실장이 그 증거다. 강졸이 먹이를 요리하고 있는 사이 용장은 모니터에 머리를 처박고는 가끔 손가락만 꼼지락거린다.
손가락 고스톱판에 흥미가 있는 건지, 말하는 꽃놀이 판에 더 흥미가 있는 건지는 용장만이 알 일이지만, 장졸 간에 터져 나오는 힐책에 나의 얼굴은 붉기만 하다.
“사장님! 빨리 가셔서 임대인에게 사정이나 해 보세요. 혹시 계약금 반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을지, 그러기에 점포 계약하실 때는 뭐 좀 알아보고 하셔야죠.”
야~아, 이 사람아, 알아볼 건 다 알아봤거든, 실소유자인지? 중개업을 할 수 있는 자리인지? 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 등 찬찬히 열람해 봤거든, 2종 근린생활시설인데 왜 안 된다는 거지? 그게 아니라고? 정작에 알아볼 건 안 알아보고 엉뚱한 짓만 했다고. 으흐흑.
딸 같은 여자한테 훈계를 듣고 있자니 배가 콕콕 찌른다. 그런데 실장의 실 같은 눈가 주름살을 보는 순간 검은 회오리바람이 머리를 흔든다.
부동산 공부할 때 어느 여교수님의 얼굴과 말씀이 생각났다. 강남 모 아파트단지에는 회원 가입금이 억이 넘는다는 소리를 바람결에 들은 기억이 스치고 갔던 것이다.
이제야 상황판단이 선다. 권리금이 없는 대신 가입금이 있다? 결국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지. 이 애송이 말마따나 일찍 포기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으아흐, 현기증이 난다. 더 이상 앉아 있기가 민망하다. 강졸(强卒)한테 교육받고 <동백 부동산>을 나서니 네 개의 싸늘한 시선이 기죽은 내 어깨를 더욱 짓누른다.
2.
걷는 하체는 힘이 빠지고 수그린 머리는 복잡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왕따로는 자신이 없다. 아쉽지만 포기하고 새로운 장소를 물색하자는 생각으로 임대인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3)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