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허생원의 서초동 나들이> 5

웅석봉1 2023. 12. 31. 06:51

허 생원은 목이 말라 잔 들어 마시고 계속한다.

 

그래 내가 궁금하여 교도관을 졸라 내막을 알아~보았것다. 헌데, 그 스토리가 하도 요상하여 지금도 가슴이 울렁거리네. 그걸 생각하니 갑자기 너 엄마가 보고 싶다 이말이여.……, , 우리 다음에 하고 이제 집에 가자.”

 

아니, 말씀하시다 말고 가자면 어쩝니까? 술도 많이 남았는데……으흐흐.

 

아니다. 이제 이빨이 시원찮아 막걸리가 잘 안 넘어간다. 우리 오늘 둘이서 한 말은 더 묵었을걸? 그럼 됐고! , 오늘은 꼭 그 말 하고 나가 제이.”

 

그 말이라니요? 뭔 말씀이신데요?”

 

야아야, 니 술 챘나? 그새 이저뿟나. ~외상 소리 말이다. ~!”

 

? 아버지 아직도 꿈을 못 깨시네. 여기는 <명울관>이 아니고, 서울 잠실입니다, 잠실.”

 

옳거니! 내 정신 좀 봐라. 그렇게 당하고도……, 내가 좀 취한 모양이다. 이해해라.”

 

그날 밤 허수 모는 오랜만에 하는 뱃놀이라 회포를 한껏 풀어 제쳤고, 다음다음 날 아들 수는 손가락 실력을 인정받아 여의도에 있는 <코싸이월드>라는 컴퓨터 회사에 계약직 과장으로 취직되었고,

 

가장인 허 생원은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여 복덕방이나 기웃거리고 있다. 혹시 노름판 개평술 바라듯이 말이다. 하긴 오늘도 술 생각이 난 그는 또 <명울관>을 찾을까 했지만 서초동이 머리에 맴돌아 오금이 다 저렸다.

 

아무리 해방공간의 세월이라지만 시간은 유수처럼 흘러가니, 예나 지금이나 봄은 잠시였고, 타는 여름도 다 지나가는 어느 날, 허 생원의 집에는 시집간 둘째 딸이 연락도 없이 어린 것을 들~쳐 업고 들이닥쳤다.

 

서울 온 김에 어머니. 아버지 얼굴 한번 보고 싶어 왔다면서, 마루에 올라 절을 한다마는 차비는 또 얼마나 꼬셔 갈꼬. 허 생원은 걱정이다.

 

아이고, 둘째야. 어서 오너라. 그래 서울은 우짠일로?”

 

허수 모는 오랜만에 만난 딸을 보더니 반가워 죽는다. 허 생원은 그때 서야 무릎을 친다. 서초동에서 만난 사돈 생각 때문이다. 그는 시치미를 떼고 딸을 보며,

 

둘째야. 그래 서울은 어찌 왔는고? 혹간 집안에 무슨 일이라도?” 그는 이제 서울 사람이 다 된 것처럼 목에 힘을 준다. 5) 계속.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