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허생원의 서초동 나들이>2

웅석봉1 2023. 12. 28. 09:21

허수는 숨넘어가는 어머이를 부둥켜안고 방으로 모신다. 그러고는 어머이가 보는 앞에서 노트북을 켜고 심인(尋人) 광고를 올렸다.

 

<이름은 허수아비, 나이는 육십 넘어, 직업은 무전 도사, 아부지 돌아~오이소! 허수 어머이가 죽었어요. 내일 초상~칠래요. 위 분을 보호하고 계시는 양반은 다음 카페로 연락~주시면 후사하겠음. 아들 허수 올림.>

 

광고를 보고 난 허수 어미는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그래도 우리 아들 효자라는 소리를 염불하듯 하였다. 다음날 다음 카페에 보니 답 글 하나가 올라와 있다.

 

<허수아비는 본인들이 잘 보호하고 있음. 다음 달 모일 열 시에 서초동 경찰서 유치장 입구에서 반환하겠음. 그날 찾아가시오. 포도대장 백.>

 

모일 열 시에 서초동 경찰서에서 허수는 거짓말 아니고 정말로 부자 상봉을 하였다.

 

아부지, 이 누추한 곳에서 얼매나 고생이 많았심니꺼. 아이고, 정강이가, 뼈가 다 상했네요. 어떤 넘들이 우리 아부지를 이 지경으로 맨들었노, 내 당장에 조지~삘끼다. 아부지 누구요. ~하이소.”

 

아닌 게 아니라 허 생원의 바지 정강이에 살이 뻘겋게 드러나 있다. 까져서 피멍이 든 상처가 걸을 때마다 삐쭉 삐죽 보였다.

 

어허, 아들아, 사투리 뚝! 쪽팔린다. 여긴 서울이다, 서울! 알겠지. 에헴, 이기~까진기 아이다. 내 여기서 호강 많이 하고 지냈다~ 아이가. 방에 있는데 졸개들이 나에게 하도 절을 많이 해가 그놈들 이마가 이렇게 만든 ~기라. 내가 뉘고 허수아비 아이가. 그건 그러코, 마이 굶었더니 목이 마르다. 우리 어디 가서 시원한 생탁이나?”

 

생탁~? 좋습니다, 가입~시더. 그런데 아버지도 사투리 좀 곤~치소.”

 

그리하여 부자는 잠실 나루터 주막에서 주안상 앞에 놓고 마주 앉았다.

 

아부지. 어찌 처신~ 하셨기에 그 몹쓸 곳에 가잇~심꺼. 오늘이 한 달 만이라예.”

 

, 그거. 아무것도 아인기라, 한양 놈들 의리 없는 깍정이란걸 내 인자~알았다. 그날 내가 술이 생각나서 말만 듣던 그 <명울관>에 갔제. 소문대로 물 조~터라. 가서 배 터지게 안 묵었나. 실컨 묵었지. 묵고, 지갑을 찾으니 없어.”

 

아부지, 그래서요?” 2)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