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일생>4-3
*다음은 소설의 마지막 부분이다. 가혹한 시련을 몇 차례 겪어도 주인공은 다시금 기운을 차리며, 새로운 희망과 애정의 대상을 찾는다.
태양이 지평선으로 넘어가며, 군데군데 금빛 유채꽃과 핏빛 개양귀비꽃이 널려 있는 푸르른 들판을 밝게 물들였다. 생기가 움트는 고요한 대지 위에 무한한 평온이 감돌았다.
농부가 혀를 끌끌 차며 말을 몰자, 마차는 빠른 속도로 달렸다. 잔느는 제비들이 불화살처럼 포물선을 그리며 날고 있는 자기 앞의 허공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부드러운 포근함이, 생명의 열기가 옷을 통과해 다리에 이르더니, 살 속까지 스며들었다. 그것은 그녀 무릎 위에 잠들어 있는 작은 생명의 체온이었다.
그러자 무한한 감동이 그녀에게 밀려왔다. 그녀는 갑자기 포대기를 벗겨 아직 보지 못한 아기의 얼굴을 보았다.
자기 아들의 딸이었다. 밝은 빛에 놀란 연약한 생명이 입을 오물거리며 파란 눈을 떴다. 잔느는 아기를 꼭 끌어안고, 품속에 들어 올려,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로잘리는 기뻐하면서도 퉁명스럽게 잔느를 제지했다. “자자, 잔느 마님. 그만 하세요. 아기가 울겠어요,”
그리고 그녀는 아마도 자기 자신의 생각에 화답하는 것처럼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인생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좋은 것도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닙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
소설 『여자의 일생』은 어린 시절 모파상 본인이 아버지, 어머니의 별거와 이혼 등 평탄하지 못한 부부 관계를 바라보며 모티프를 얻었다. 꿈 많던 한 소녀가 한 남자의 아내가 되면서 겪게 되는 인생의 좌절과 고통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모파상은 현실 감각이 있고 노련한 인물 대신 활동 공간과 만나는 사람들이 제한되고, 타인과 세계에 대해 환상과 기대만이 가득한 여인을 주인공으로 삼음으로써, 그녀가 겪는 우여곡절의 답답함을 더욱 강조한다.
『여자의 일생』은 시종일관 어둡고 음울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발간 당시 3만 부 가까이 팔릴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였다. 그래서 도산 직전의 출판사를 재기 시켜주었고, 나아가 오늘날에도 수많은 장르로 각색되며 사랑받고 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작가의 애정과 연민이 독자를 절망의 심연으로 빠뜨리지 않고 무게 중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가혹한 시련을 몇 차례 겪어도 잔느는 다시금 기운을 차리며, 새로운 희망과 애정의 대상을 찾는다.
『여자의 일생』에는 인간의 삶을 어떠한 환상이나 과장도 없이 바라보는 작가의 성숙한 시선이 담겨 있다. 단순한 애정이나 혐오를 넘어 여러 사건을 겪으며 부딪히고 변화하는 등장인물의 감정선에는 인간에 대한 모파상의 날카롭고도 따스한 통찰이 배어 있다. -계속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