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여자의 일생>4-2

웅석봉1 2023. 12. 15. 09:14

*잔느의 남편 쥘리앵과 백작 부인의 불륜 현장을 급습한 백작이, 미치광이 같은 동작으로 이들을 죽이는 장면은 가히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아 여기 소개해 보면,

 

-중략-그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 다음 달리기 시작했다. 넘실거리는 바다에서 파도가 요동치고 있었다. 두터운 먹구름이 미친 듯한 속도로 다가와서 지나가고, 또 다른 구름이 뒤좇아 오곤 한다.

 

그 구름 하나하나가 해변에 맹렬한 기세로 소나기를 퍼부었다. 바람은 휘파람 소리를 내며 신음했고, 풀잎을 쓰러뜨리고, 어린 작물을 눕혔으며, 거품 덩어리 같아 보이는 하얀 큰 새들을 내륙 멀리까지 휩쓸어 갔다.

 

계속 쏟아지는 소나기가 백작의 얼굴을 때렸고, 흠뻑 젖은 그의 두 볼과 콧수염에서는 물이 줄줄 흘렀으며, 그의 귀는 요란한 빗소리로 가득 찼고, 그의 가슴은 두방망이질 쳤다.

 

그의 앞 저 멀리에, <보코트>의 깊은 협곡이 드러나 보였다. 거기에 이르기까지, 텅 빈 양()목장 곁에 서 있는 목동의 오두막집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말 두 필이 이동식 집 끌채에 매여 있었다. 이런 폭풍우 속에서 남의 눈을 염려할 까닭이 있겠는가?

 

말들을 보자마자 백작은 땅바닥에 엎드려 두 손과 무릎으로 기었다. 짐승 털모자를 쓴 그의 진흙투성이 거구는 괴물과도 흡사했다.

 

외딴 오두막까지 기어간 그는 판자 틈을 통해 들키지 않기 위해 오두막 아래로 몸을 숨겼다. 그를 보자 말들이 동요했다. 그는 손에 펴들고 있던 칼로 말고삐를 천천히 잘랐다.

 

그때 갑자기 돌풍이 불었고, 바퀴 위의 오두막이 흔들리며, 그 통나무집의 비스듬한 지붕에서 쏟아져 내리는 우박에 얻어맞은 말들이 도망쳤다.

 

그러자 백작은 무릎을 꿇은 채 상체를 일으켜 문 아래쪽에 눈을 바짝 대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기다리는 것 같았다. 꽤 긴 시간이 흘렀다.

 

그러더니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진흙투성이인 그가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미치광이 같은 동작으로 그는 밖에서 덧창을 잠그는 빗장을 지르고는, 끌채를 그러잡고서 박살이라도 내려는 듯이 그 오두막을 흔들어 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그는 별안간 끌채를 둘러메고, 큰 키를 숙여서 온 힘을 다해 소처럼 오두막을 끌어당기면서 숨을 헐떡였다.

 

그는 이동식 오두막과 그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가파른 비탈 쪽으로 끌고 갔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주먹으로 판자벽을 두드리며 울부짖었다.

 

비탈 꼭대기에 이르러 백작이 손을 떼자, 가벼운 오두막은 경사진 언덕을 구르기 시작했다. 그 오두막은 미친 듯이 휩쓸리며 굴러떨어졌다. 점점 더 가속도가 붙어 튀어 오르고, 짐승처럼 비틀거리고, 끌채가 땅에 부딪히기도 했다.

 

도랑에 웅크리고 있던 늙은 거지가 그것이 제 머리 위로 튕겨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그 나무 궤짝 안에서 질러 대는 끔찍스러운 비명도 들었다.

 

갑자기 바퀴 하나가 부딪혀 떨어져 나가자, 오두막은 옆으로 넘어지더니, 마치 기초가 무너진 집이 산꼭대기로부터 굴러떨어지듯 공처럼 다시 구르기 시작했다.

 

마지막 협곡의 가장자리에 이르자, 오두막은 곡선을 그리며 튀어 오르더니 바닥에 떨어져 달걀처럼 산산조각 났다. -중략-

 

사람들이 달려왔다. 그들이 잔해를 들어 올리니, 시체 두 구가 보였다. 시체는 상처투성이에, 으깨지고, 피투성이였다. 남자는 이마가 깨지고 얼굴 전체가 으스러져 있었다. 여자는 충격으로 턱이 떨어져서 늘어져 있었다.

 

부러진 그들의 사지는 살 아래에 뼈가 없는 것처럼 물컹거렸다. 그렇지만 그들이 누군지는 알아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그 불행의 원인에 대해 오래 논란을 벌였다. -중략- 계속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