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절교육(9)
무립은 이러한 정황에 더욱 힘을 얻어 변함없이 예절교육에 전념하였다. 그날도 옥상을 한 바퀴 돌아볼 요량으로 15층을 지나 반쯤 열려있는 옥상 문을 막 들어서려는데, 그때 마침 문 입구 물탱크 옆으로 김이 모락거리는 물줄기가 배어 나오고 있는 것이 무립의 눈에 들어왔다.
배어 나오는 물줄기를 따라 눈길을 돌린 무립은 잠깐 현기증을 느꼈다. 거기에는 중년의 여자가 달덩이 같은 엉덩이를 깐 채 볼일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무립의 예절교육이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로 발동하였다.
“부인! 체면을 차리소서! 어린이들이 본받을까 걱정됩니다!”
남자가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볼일을 보고 있던 여자는 천둥 같은 소리에 놀라 소리 나는 쪽을 돌아보는 순간 그녀도 잠깐 현기증을 느껴, 그 자리에 엎어지면서 무립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말았다.
그 순간 무립도 놀라서 그녀의 팔을 부어 잡고 그녀를 일으키려다 두 사람이 옥상 바닥을 뒹굴었다. 이들은 졸지에 그녀가 배설한 오줌 구덩이에 빠져서 옷을 적시었다.
여자는 봄이 되자 겨우내 미루어 두었던 이불 빨래를 하여 옥상에 늘고 있다가 마침 소변이 마려워, 그 자리에서 실례하던 중에 황당한 변을 당하고 잠시 기절하였다.……,얼마나 놀랐으면 기절까지 하였을까. 으흐흐.
다음날 무립은 엘리베이터 안 왼쪽에 주민들에게 드리는 조그만 협조문을 붙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입주민께 드리는 협조의 글-
1. 주차장이 혼잡하오니 주차선을 지켜주세요.
2. 개나 고양이를 키우시는 분은 청결과 소음에 유의해 주셔요.
3. 특히 밤에 계단에서 담배를 피우지 마세요.
4. 엘리베이터에 침을 뱉거나 껌을 버리지 마세요.
5. 옥상에서 소마를 하지 마세요.
-쾌적한 아파트. 살기 좋은 아파트. 선진 아파트를 위한 제언. 경비 올림.
그날 오후 엘리베이터에는 A4용지의 대자보 한 장이 추가로 붙었다. 무립이 붙인 협조문의 바로 오른쪽이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민을 졸로 알고 가르치기를 즐기는 경비! 입주 여성을 성추행한 포악한 경비!
그런 경비는 스스로 물러가라! 반장은 반상회를 소집하여 주민들을 보호하라!-
그날 밤 8동 에이 라인에는 긴급 반상회가 열렸다. 1501호에 열세 명의 부인들이 모였다. 의제는 지금 엘리베이터에 붙어있는 두 장의 대자보에 대한 건이었다. 우선 경비가 붙인 대자보에 대하여 찬반 의견이 오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