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예절교육(4)

웅석봉1 2023. 11. 26. 09:24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공개석상에 나와서 그렇게 예의에 어긋나는 언사를 한다는 것은 우리의 예절교육 수준을 여실히 보여준 일대 사건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선거가 끝나자, 올드보이 유생들이 들고일어나 규탄하기 시작하여, 드디어 오늘 구속 영장을 청구하는 데까지 이른 것이다.

 

법은 잘 모르지만, 최소한 예절을 가르쳐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반예의적 행위를 한 그 자체로도 벌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이 무립의 일관된 생각이었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야간 순찰을 나가니 13층 젊은 남자가 거나한 걸음걸이로 차를 세운다. 주차선을 깔아뭉갠 차에서 내린 남자에게 무립의 예절교육이 바로 시작된 것은 불문가지라.

 

아저씨! 차 좀 바로 세워 주세요. 주차선이 물렸습니다.”

 

-어라, 뭐 이런 호로 새끼가 다 있어. 누구보고 훈계야, 훈계긴- 남자는 술이 슬쩍 깨는지 무립을 째려본다. *으흐흐

 

아저씨처럼 세우면 다음 사람은 어떻게 하나요. 바로 세우고 오세요! 그러잖아도 주차할 곳이 없어서 난린데, 주차는 다음 사람을 생각해서 질서 있게 세우셔야죠

 

아저씨! 경비 맞아요! 경비가 간섭할 일이 아니죠. 다음 사람, 다음 사람 하는데 다음 사람이 당신 애비나 되나요. 쪽팔리는 소리 그만하고 일없으면 잠이나 자시죠.” *으하하

 

-히야, 내 그리 나올 줄 알았어. 자식이 속에 든 것은 쥐뿔도 없으면서 꼴에 차는 벤츠라, 게다가 음주운전까지. 이런 놈 예절교육 안 시키면 누굴 시키랴- *우하하

 

당신이라고요? 당신은 함부로 쓰는 문자가 아니지. 집에 내자한테나 쓰던, 아니면 아랫사람을, 손 아프게 부르는 문자지. 다시 말하면 나 같은 사람이 자네한테 당신이라고 부르는 게 이치에 맞는 말이지.”

 

-어쭈~ 제법이네. 경비 주제에-13층 남자는 혼잣말로,올라오는 열을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음주운전은 공공의 적이란 말 못 들었나요. 귀하 혼자 죽는 건 별문제 아니지만 죄 없는 상대방이 다치니 공공의 적이지. 주차 예의도 못 지키면서 술은 왜 마시나요. 선량한 아파트 입주민 망신시키지 말고 시정하시오.”

 

그날 밤 무립은 13층 남자의 주먹에 하마터면 코피가 터질 뻔하였다. 다행히 살짝 비켜난 주먹이 아파트 외벽을 치는 바람에 남자의 손은 엉망진창 피투성이가 되었다. 무립의 상위 유니폼 단추 두 개가 떨어진 것뿐인 것이 큰 다행이었다.

 

옆 라인의 경비가 달려오고 관리소의 당직이 달려오는 소동이 그 밤에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