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이인원의 <미나리강회>

웅석봉1 2023. 6. 22. 11:44

미나리강회

 

 

비등점에 도달하기 직전의 고요한 물 같은/ 맑고 투명한 삼월의 햇볕// 살짝 데쳐낸 새파란 미나리 줄기,/ 한결 나긋나긋해진 줄자 돌돌 감아가며 재보는/ 연두에서 초록까지의 보폭//

 

연두가 금시 초록을 따라잡았다가/ 초록이 잠시 연두를 따돌리다가/ 하프 소리보다 경쾌한 걸음걸이로 다가오는// · · ·//

 

여기 섬섬옥수/ 정갈하게 옮겨 담은 한 접시 향긋함 앞에서/ 그만 뒷바퀴부터 아삭아삭 연해지더니/ 오소소 솜털 드러난 가늘고 긴 목덜미로/ 실크스카프처럼 와 감기는 새콤달콤 초고추장맛 봄바람//

 

얼음장 아래 삼동을 기다리게 해놓고선/ 따뜻한 한 모금 청주 넘기듯/ 보드랍고 순하게 지워지는/ 겨울과 봄 사이의 경계//

 

이인원 시인의 <미나리강회>

 

 

<어설픈 해설>

 

얼음장 아래에서 긴 겨울을 지내고 새봄이 되자 새파랗게 돋아나는 겨울과 봄 사이 경계의 꽃이여……, 새콤달콤, 초고추장 맛, 그 맛, 봄바람 타고 오지요.

 

비등점에 도달하기 직전의 고요한 물 같은, 맑고 투명한 삼월의 햇볕 아래에서 살짝 데쳐낸 새파란 미나리 줄기……, 한결 나긋나긋해진 그 모습이 기다란 줄자처럼 칭칭 감기는 연두에서 초록 사이의 보폭.

 

연두가 금시 초록을 따라잡았다가, 초록이 잠시 연두를 따돌리다가, 하프 소리보다 더 경쾌한 걸음으로 다가오는……, 그 경쾌함이여! 가벼움이여! 소소함이여!

 

여기 섬섬옥수 정갈하게 옮겨 담은 한 접시 향긋함 앞에서 고개를 쭉 빼고 보다가, 이런 날엔 탁배기 한 잔이 어울리겠나……, 아니, 이런 안주에는 따뜻한 청주 한 잔이 더 어울리겠지. 주안상 차리자.

 

동의보감에 미나리는 갈증을 풀어주고 머리를 맑게 해주며 주독을 제거해줄 뿐만 아니라 대소장을 잘 통하게 하고 황달. 부인병. 음주 후의 두통이나 구토에 효과적이라고 전하니 얼마나 귀중한 식물이던가.

 

 

이인원 시인(1952~현재)은 경상북도 문경 출신으로 숙명여대를 졸업하고 1992현대시학으로 등단. 잡지사 기자 등을 역임.

 

시집으로 마음에 살을 베이다, 사람아 사랑아, 빨간 것은 사과, 궁금함의 정량, 그래도 분홍색으로 질문했다등이 있고 현대시학작품상 등을 수상하였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