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42)
송아지가 내 중학교 학자금이라고 할머니가 말했지. 빨리 키워야지. 많이 먹여야 빨리 크지. 그래야 할머니가 좋아하시면서 웃으시겠지. 그런데 못 위로는 가기가 싫은데. 난 수영이 싫어. 그 못, 물이 너무 깊어……, 무서워. 옥이와 경이도 싫고.
내가 수영을 못 한다고 놀리고 자꾸 괴롭혀. 대신 영식이 형은 좋아. 장난을 싫어하거든. 왜 이리 덥지? 잠이 안 온다. 낮은 또 왜 이리도 길까? 그래도 내일을 위해서 저녁 먹고 잘까 보다. 엄마 집에 빨리 돌아와. 긴 여름 해가 넘어가고 있어*
나는 형의 일기를 다시 읽었다. 그의 얼굴이 자꾸만 어른거린다. 형의 일기장은 그다음 장부터는 백지로 채워져 있다. 나는 영식이 형이 한 말이 떠오른다. 그들이 형을 괴롭히고 왕따까지 시켰던 것이리라. 그날도 두 아이는 형이 싫어하는 그 물속으로 밀어 넣었을 것이다.
그리고 형은 두려움에 마음이 조였고, 이어 그 가슴이 터졌던 것이리라. 그러니 형은 단순한 익사가 아니다. 그들이 죽인 것이다. 엄마의 살인도 그것에 연유하고 있다. 형의 영혼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 형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 엄마에게 세 번째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가슴은 타오르는데 손끝은 가늘게 떨리고 있다.
사랑하는 엄마! 꼭 읽어줘.
오늘은 설날이야. 엄만, 지금 어디 있는 거야. 설날이면 집 나갔던 사람들도 모두 다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란 걸 엄만 몰라? 설날. 집에 돌아오지 않는 사람은 나쁜 사람 아닌가! 왜 그 나쁜 짓을 하려는 거야. 그것이 버릇되면 어쩌려고 그래.
아마도 엄마는 모를 거야.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후에 엄마가 어디 가셔서 늦게 집에 오실 때가 있었어. 그때 나는 형한테 엄마가 우릴 두고 도망갔을 거라고 막 울었지. 형은 나보고 그런 말 하면 정말 엄마가 도망간다고 화를 냈지.
그 소리를 듣고 나는 겁이 덜컥 나서 울음을 뚝 그쳤어. 지금은 형도 없으니 난 누굴 잡고 울어야 하지? 뭐? 아내가 있고 자식들이 있지 않냐고? 그래, 있어. 있지……, 그런데 그 사람들이 엄마만큼, 나를 알까?
세상에는 별별 사람이 다 있어. 부모를 지하철이나 양로원 입구에 내다 버리는 자식. 자기는 도시에서 잘 먹고 잘살면서 늙은 부모는 시골서 농사나 짓게 내버려 두는 자식은 지천으로 깔려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