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38)

웅석봉1 2023. 4. 19. 09:31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가 맞선을 보라는 연락이 오고, 그녀는 시집은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하고, 그런 와중에 소영이는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고……, 그 사람이 나라는 것을 그녀의 어머니께 실토하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의 방심이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내 고등학교 학적부와 가족 관계를 치밀하게 조사하였고……,결론은 나와의 결혼은 절대로 허락할 수 없다는 것이었고, 소영이는 어떤 일이 있어도 나와 결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음은 불을 보듯이 뻔한 이야기다.

 

이쯤 되면 독자들은 평행선을 달리는 엄마와 딸의 관계를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더욱이 그녀는 외동딸이었으니 어련하였으리. 드디어 어머니가 화병으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고, 이를 당한 아버지는 딸자식 잘못 키웠다고 울분을 토하셨고, 소영이가 그렇게 믿었던 아버지마저 그녀를 원망했으니 그녀는 할 말을 잃었다.

 

소영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의 아버지를 찾아갔다. 그것 밖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두 손을 모으고 빌었다. 순수한 사랑이었고 사랑하는 게 죄냐고……, 우리 두 사람이 열심히 노력해서 잘살아 보겠다고 눈물로 호소하였다……, 그러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는 확고하였고 마지막에 그가 나에게 말했다.

 

자네 어머니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것도 죄목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어느 부모가 이런 결혼을 허락하겠나.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안 되네. 그만 돌아가게! 더 이상 만나지 말게. 만약 계속 만난다면, 그땐 자네와 나, 둘 중에 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야……, 명심하게!”

 

그 말이 비수였다.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로서도 역부족이었다.

 

그 후 소영이는 설 자리가 없었다. 집에서도 감금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근 일 년의 세월이 흘렀다. 나는 소영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마지막 한 말. <너의 어머니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아니 죄목이 무엇인가!> 그 말이 자꾸만 메아리쳐 나에게 달려온다.

 

운명으로 받아들이자. 아니……, 운명이라기보다 나의 과욕이다. 나는 일주일을 고민하고 결론을 내렸다. 그 후로 가슴에 대못을 꽂은 채 취직 공부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세월이 흘러 소영이와 헤어진 지도 2년이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