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33)

웅석봉1 2023. 4. 13. 09:40

이름표도 가슴에 달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빨간 플라스틱에 금색 글씨로 '박소영'이다. 나도 교복을 입고 있었다. 나의 까만 교복 깃에는 고 2라는 하얀 배지가 박혀있었다. 내가 그 아이 곁을 스치고 지나가니 아이는 나를 쳐다본다. 잠깐 보다가 다시 본다. 나는 눈이 마주치는 순간 싱긋이 웃어 주었다. 아이도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웃는 얼굴에 어디서 날아왔는지 노랑나비 한 마리가 나불거린다. 그날은 그것으로 끝났다. 노란 움직임과 아이의 발그레한 얼굴이 몇 날 밤을 나를 괴롭혔다. 다음 주 토요일 그 아이를 만나려 느티나무를 찾았다. 어둠이 느티나무 그림자를 먹을 때까지 아이는 만날 수 없었다.

 

그다음 날이다. 일요일 오전에 할머님이 자리에 누우셨다. 어제 이웃집 잔치에 가셔서 무얼 잘못 먹은 것 같다고 하신다. 나는 비상금을 가지고 학교 정문에서 서쪽으로 약간 떨어져 있는 약국으로 달려갔다. 약국 문을 열었다.

 

내가 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반쯤 열려있던 약국 안의 방문도 드르륵 소리와 함께 활짝 열렸다. 그 순간 나는 가슴이 뛰어 숨이 막혔다. 그 아이다. 파란 바탕에 흰 물방울무늬의 원피스에 노란 허리띠를 둘렀다. 묶은 매듭이 잘록하다.

 

머리엔 빨간 핀을 꽂고 까만 눈동자로 내게 다가온다. 교복을 입고 있을 때보다 한층 성숙해 보인다. 아이가 입을 오물거린다.

 

오늘은 약은 조제 할 수가 없는데요. 엄마 아빠가 안 계세요

 

. 그래요? 조제가 아니고 할머님이 배가 아프셔서 저기 까스명수 한 병만 주면 안 될까?”

 

나는 선반 위에 놓여있는 까스명수 통을 가리키며 말했다.

 

, . 그거야 드리죠. 근데 우리 안면이 많네요?”

 

이런~! 네가 나를 모른단 말인가! 밤마다 나를 그렇게 괴롭혀 놓고.

 

, 그래? ~~. 어디서 만났었지?……,”

 

나도 모른 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