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29)

“그래요? 그날 형이 엄마를 만났다고요. 그래서 그 후 어떻게 되었죠?”
“우리는 어머님이 사다 주신 막걸리와 생두부를 먹었지. 그런데 그다음은 기억이 없어. 별관엔 불이 나고, 두 사람은 죽고, 나는 살고……,”
“그래요? 형은 어떻게 살았을까요?”
“글쎄~~~ 아직도 그것이 이상한 부문이고 기적이냐. 그날 우리는 막걸리부터 한 잔씩 했을 거야. 조금 지났나 했는데 잠을 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비몽사몽이었어. 내가 그날 잠에서 깨어난 곳은 아마도 마을회관 밖 마당이었던 것 같아”
“아아 그래요. 그래서요?”
“동네에서 불이야 하는 함성과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고 한참 후에 나는 꿈결 속에 집으로 달려와 무서워서 어찌할 수가 없었고, 그래서 내방에 숨어 있다가 잠이 들었고. 아침에 일어나니 지난밤에 내가 꿈을 꾸었나? 막 헷갈렸고. 지금도 헷갈려. 어느 것이 현실이었는지. 하지만 이 얘기는 언젠가는 자네한테 꼭 들려주고 싶었어”
“아 아! 그랬었군요. 참 이상한 일도 있네요. 어쨌든 형은 운이 좋았군요. 형 고마워요……, 그런 애길 지금이라도 해주셔서, 그런데 형, 지금 말씀하신 거 정말 꿈 아니었을까요?”
“글쎄, 사실은 지금은 더 잘 모르겠어. 그런데 어머니가 그날 술을 사주신 것은 확실해 거기까지는 현실이야. 그 이후는 모르겠어. 술 한 잔 마시고 나 혼자 먼저 집에 왔는지 회관에서 잤는지는.”
나는 그날 엄마의 행동에 무언가 석연찮음을 느꼈다. 정말 엄마가 정상이었단 말인가! 인명은 하늘의 뜻이라 했다지만, 엄마는 왜? 그렇게 어리석은 일을 저질렀을까? 아니야, 엄마는 그때 분명히 정상이 아니었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형까지 죽었으니 오죽했겠어……,
돌아 버릴 만도 하지. 엄마의 운명이라고? 그러나 이건 아니야. 엄마를 찾아야 해. 그래서 그날의 진실을 알아야 해……, 그리고 엄마를 내가 끝까지 보살펴야 하는 거야. 엄마 없는 나는 없어. 그날 나는 그와 밤늦도록 옛날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