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15)
형이 재가 되어 저수지에 뿌려지던 그날 우리는 울지 않았다. 그 이후로 우리 가족은 형의 죽음에 대하여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할머님이 나에게 들려주신 바에 의하면, 형이 죽은 바로 그해 엄마가 사고를 친 것은, 여름이 가고 가을도 저무는 계절이었다. 달이 휘영청 밝은 늦은 밤이었다. 모두 들 수확을 끝낸 가벼운 마음으로 이웃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가 한잠을 자는 시간이었다.
그 시각에 동네 입구에 있는 마을회관 옆 별관에 갑자기 불길이 일었다. 불길은 가을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조그만 건물을 날려버렸다.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에 정말 눈 깜작할 사이 내부가 무너졌다. 별관은 회관의 부속 건물로서 아이들의 공부방과 젊은 부인들의 이야기 장소로 이용되었다.
별관은 목조 건물이었다. 한밤중에 온 동네가 발칵 뒤집혀 졌다. 불을 끄고 보니 두 아이의 시체가 까만 재가 되어 흙 속에 파묻혀 있었다.
그날 이후로 우리 집도 불타버린 별관처럼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엄마도 사라졌다. 나는 왜? 엄마가 별관 화재의 범인이며 살인범인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불이 난 저녁 엄마는 나를 재우고 집을 떠났다는 사실과 별관에서 자고 있든 두 아이의 온몸에 석유가 뿌려지고 누군가에 의하여 불을 질렀다는 사실이 정설로 동네를 떠돌아다녔다.
그 직후 우리는 동네에서 추방되었고, 어쩔 수 없이 고모님 댁에서 살게 되었다. 다시 이듬해 나는 부산의 이모님 댁으로 보내져 그곳에서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 시간이 나에겐 말할 수 없는 시련과 방황의 세월이었다.
“고모님, 어머니가 왜? 불을 질렀을까요?”
나는 느닷없이 고모님께 의문을 제기했다.
“아 그일……, 글쎄, 나도 알 수 없는 일이야. 내가 한번 선자 재판정에 가 봤는데 판사님이 무언가 물었을 때 선자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어. 지금 생각하니 재판 과정에서도 묵비권을 행사했던 것 같아. 그것이 너희 어머니의 진심이었는지 아니면 정신이상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어.”
“묵비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