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4)
다음날 신문사에 휴가를 내고 고향으로 차를 몰았다. 가면서 내가 엄마를 마지막으로 만난 그날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날, 나는 엄마에게 여쭈었다. 내가 엄마를 위해 뭘 해주면 좋겠느냐고……, 엄마는 아내와 손자들을 번갈아 보고 계셨다. 눈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말씀이 없다. 그러고 한참을 있다가 한마디 하셨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
그날 왜 엄마가 이 기쁜 소식을 말하지 않았는지 알 수가 없다. 제일 먼저 나에게 말씀해야 하지 않았을까! 허탈했다. 막상 차를 몰고 나왔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마음을 정할 수가 없다. 엄마가 갈만한 곳이 어딜까? 엄마는 어디로 가신 걸까? 종잡을 수도 없다. 아마 엄마도 그 옛날을 회상하시리라. 그러면 그 옛날 인연 있는 분들을 만나려 하시지 않을까? 하여
우선 아버지 산소를 향하여 핸들을 꺾었다. 아버지 산소는 고향인 공주의 한적한 공원묘지에 있었다. 한참을 달려 차를 공원묘지 주차장에 세워두고 묘지 위를 들어섰다. 신년 인사차 연휴에 후손들이 많이 찾아온 것 같다. 그들이 놓고 간 꽃들이 여기저기 울긋불긋하다.
며칠 동안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얼어붙었다. 아버지 봉분 위에도 흰 눈이 소복이 쌓여있다. 많이도 쌓였다. 봉분이 거의 평평하다. 무덤이 아니라 솜이불을 덮은 듯하다.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 전연 보이지 않았다. 엄마가 아직 여기 오지 않으셨다. 아버지께 두 번 절하고 돌아섰다.
곧바로 외가 산소로 달려갔다. 아버지 산소에서 반 시간의 거리다. 외가의 가족 묘소에는 외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이 합분(合墳)하여 계신다. 묘소 입구에 들어서니 흰 눈길 위에 사람의 발자국이 선명하다. 혹시 엄마가 아닐까. 허겁지겁 다가갔다. 아차……! 한발 늦었다.
봉분 앞에 빨간 카네이션 두 송이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오래되지 않은 꽃이다. 두 분의 산소 봉분 위는 눈이 깨끗하게 치워져 있다. 엄마의 손길이 느껴졌다. 다녀가셨다. 확실히 엄마가 살아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다.
엄마는 멀리 가시지 않았다. 이곳 고향 언저리 어딘가에 계신다. 어디일까? 생각나는 곳이 고향마을이다. 나는 그곳으로 향했다. 저 멀리 마을 쪽을 바라보니 또 가슴이 뛴다. 차를 천천히 마을을 향해 몰았다. 그러나 나는 마을의 끝자락이 바라보이는 도로 옆에 차를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