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1)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1.
엄마는 오래된 무기수다. 수감 생활 30년이 넘도록 편지 한 장 보낸 일이 없는 사람이다. 전에도 그랬지만 요즘이야 내가 거의 매주 면회하고 있으니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런 엄마가 편지를 보내다니, 말로서 못 할 무슨 얘기가 있는 걸까?
점심을 먹고 출입처로 이동하는데 아내한테서 전화가 왔다.
“여보, 편지가 왔어. 편지가. 어머님이야”
나는 불길한 예감에 끌려 차를 집으로 몰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떨고 있는 아내의 손에서 엄마의 편지를 낚아챘다. 한 눈으로 읽어 내려갔다.
*사랑하는 아들아!
그동안 많은 시간이 흘렀구나. 때마다 찾아와서 내 마음을 녹여준 아들아, 고맙다. 엄마는 아들이 있어 외롭지 않았단다. 엄마에게 아들은 남편이었고 아버지였고 때로는 내 자신이었지. 내 몸이 있는 곳은 감옥이지만 내 마음이 있는 곳은 아들의 따뜻한 가슴이었어.
눈 내리는 한겨울이나, 비바람 몰아칠 때나 찜통 같은 여름철이나 엄마는 언제나 아들과 함께 있었어. 코흘리개 너를 혼자 세상에 남겨두고 내가 떠나온 그날을 어찌 잊겠느냐. 그때 나는 눈물을 거두었단다. 이미, 눈물샘도 말랐고, 울지 말자는 내 마음의 다짐이었기도 했지.
그리고는, 나르고 싶어 퍼덕이는 새장의 새 보다 힘든 인고의 시간이 느린 강물처럼 흘러갔지. 엄마에겐 세월은 화살이 아니었어. 세월은 어둠이요 차디찬 엄동설한이었지. 그러나 세월은 또한 약이었어.
아주 많은 시간이 쌓이고 강산도 한 바퀴 돌고 나서 드디어 아들이 대학 입학식을 하던 날. 엄마는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지. 감사의 눈물이었어. 그때 나는 '장하다 내 아들아'를 얼마나 외쳤는지 몰라. 그 후 아들의 병영 편지는 내 가슴을 한없이 뿌듯하게 해주었어.-계속-